구글이 수수료 인하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낸 것은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 통과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으로 보인다.
구글의 앱 마켓 ‘구글플레이스토어’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안에서 새로운 앱을 지속적으로 공급해 수수료 수익을 올리고 이용자들을 묶어놓는 생태계의 핵심이다.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면 구글플레이스토어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에 구글이 수수료 인하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분석된다.
구글은 지난 해 8월 글로벌 정책 변경을 발표하며 인앱결제를 게임 외 분야 앱 전체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구글의 인앱결제 시스템을 적용하면 앱 구매 또는 인앱(앱 내부) 결제 시 발생하는 모든 거래액에 대해 30% 수수료가 부과된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와 함께 멜론·바이브 같은 음원 서비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 등 콘텐츠 분야 모두 영향을 받는다.
관련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까지 가세해 반발했고 정치권은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구글의 움직임을 막겠다고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도 앱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를 잇따라 발표하며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통과에 논리를 보탰다. 과기정통부가 국내에 모기업을 둔 246개 앱 사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구글은 30% 수수료를 확대 적용하는 정책을 통해 올해 최대 1,568억 원 규모의 추가 수입을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또 조사 대상 기업 중 35%는 구글의 정책 변경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지만, 이중 29.9%는 소비자 요금을 올려 대응하겠다고 밝혀 결국 콘텐츠 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방통위 조사 결과에서는 국내 앱 사업자 10곳 중 4곳이 앱 등록 거부·심사 지연·삭제 등 앱 마켓의 ‘갑질’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플랫폼별로는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이를 경험했다고 답한 비율이 65.5%(중복응답 기준)로 가장 높았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와 관련한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및 불공정거래행위 신고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한국 콘텐츠 기업에 대해 자사 결제 시스템만 사용하도록 하면서 결제대금의 30%를 수수료로 징수하는 것이 현행법 위반인지를 살피겠다는 것이다. 결국 구글은 지난 해 11월 정책 시행을 올해 9월 말로 연기하고, 국내 앱 생태계를 위해 ‘크리에이트(K-reate)’ 프로그램을 운영해 1년간 1,150억 원 규모의 자금 투입하겠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국내 여론은 나아지지 않았다. 인앱결제 강제 정책 시행 시기만 연장했을 뿐이라는 지적이 잇달았다. 구글의 소극적인 대응에 반해 애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위해 연간 매출 100만달러(약 11억 원)에 못 미치는 중소 개발사에게는 수수료를 15%로 낮추겠다고 밝히자 여론은 더 악화됐다.
국회 과방위 소속 의원들은 이 같은 구글의 수수료 정책을 규제하기 위해 다양한 법안을 제출했다. 다만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자로 하여금 원스토어 같은 국내 앱 마켓에 의무적으로 앱을 유통하도록 하는 ‘동등접근권’ 등 세부적인 법안 내용에 대한 여야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회가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통과시켜 구글을 규제하는 것보다 먼저 움직여 대응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애플 정책과 비교해 한 단계 진화된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구글 수수료 문제가 자칫 통상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해 11월 주미한국대사관에 한국 정부와 국회가 추진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특정 기업을 표적으로 하고 있어 통상 불이익 문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하기도 했다. 구글코리아 측도 지난 19일 과방위 의원실에 “인앱결제 법안은 한미간 통상 마찰을 야기할 우려가 높고 아직까지 시간적 여유가 많이 남아 있으므로 서둘러 처리하는 것보다는 신중한 검토를 요청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냈다. 관련법을 대표 발의한 더불어민주당은 시간을 두고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과방위 법안심사소위 관계자는 “구글이 인앱 결제 정책 적용을 9월 말로 연기한 상황에서 2월 국회 통과에 무리수를 둘 필요는 없다”며 “공청회와 수정안까지 나온 상황인 만큼 여야 합의가 가능하도록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오지현 기자 ohjh@sedaily.com,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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