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1일 서해상으로 단거리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은 발사 상황을 실시간으로 포착했으나 사흘간 공개하지 않다가 외신 보도가 나온 뒤에 발표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3일(현지 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지난 주말 미사일 여러 발을 시험 발사했다고 전했다. WP는 이번 시험 발사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 대한 북한의 첫 직접적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합참 관계자는 외신 보도 후인 24일(한국 시간) 오전 기자들과 만나 “21일 아침 서해 지역 평안남도 온천군 일대에서 순항미사일로 추정되는 2발이 발사된 것을 (실시간으로) 포착했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발사 시각에 대해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일요일 오전 6시 36분께”라고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공개했다.
북한이 이번에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지난해 4월 14일 강원도 문천 일대에서 KN-19 추정 미사일을 쏘아 올린 후 11개월 만이다. 이는 북한이 한미 군 당국의 미사일 탐지 능력을 떠보면서도 저강도로 미사일 개발 역량을 과시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가운데 미국을 지나치게 자극하지 않는 수준에서 저강도 무력 시위를 통해 대남·대미 압박을 하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북한 내부 체제 결속 효과까지 노린 다목적 카드였을 수도 있다.
한미 정부 당국은 이번 순항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3일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북한이)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담담하게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군이 이를 실시간으로 포착하고도 즉시 발표하지 않았던 배경에 대해 합참은 한미 간에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놓고 북한의 관심 끌기식 도발 전술에 말려들지 않기 위한 측면이거나 우리의 대북 방공 탐지 역량을 노출시키지 않기 위해서였을 것이라는 추정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한미일은 이르면 다음 주 중 안보실장 회의를 열 가능성이 있다.
이번에 발사된 북한 순항미사일의 중량·사거리 등 재원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합참 관계자는 “재원을 분석 중”이라고 전했다. 다른 군 고위 소식통은 “이번 시험 발사는 신형 미사일 개발 차원에서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진단했다. 해당 미사일은 북한이 2015년 관영 매체인 조선중앙통신 보도를 통해 공개했던 KN-19(북한명 금성-3형)의 개량형이거나 후속형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KN-19에 대해 사거리 200㎞급의 지대함 미사일이라고 선전해왔다. 이번 발사 미사일이 KN-19 후속형이거나 개량형이라면 사거리·정밀도 향상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우리 군에 의한 탐지·요격를 회피하기 위해 저피탐 설계가 적용됐거나 회피 기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보완됐을 가능성도 있다. 그럴 경우 우리 군이 레이더 등으로 탐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민병권 기자 newsroo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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