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사회·지배구조(ESG)라는 글로벌 메가 트렌드에 빨리 동참하지 않으면 기업의 생존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ESG는 계속 심화·발전해 기업 경영에 녹아들다가 5년쯤 뒤에는 새로운 용어와 흐름으로 업그레이드될 것입니다.”
조동성(72·사진) 산업정책연구원(IPS) 이사장은 17일 서울시 서대문구 신촌로 핀란드타워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기업이 과거에는 이윤만 추구하다가 윤리 경영, 지속 가능 경영 등으로 발전했고 지금은 ESG를 하지 않으면 장수 기업이 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걸프오일을 거쳐 36년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근무하며 국제지역원장과 경영대학장을 역임했다. 그 뒤 중국 베이징에 있는 미국형 경영대학인 장강상학원(CKGSB) 전략 전공 교수를 지내고 지난 2016년부터 4년간 국립인천대 총장을 맡았다.
현재 IPS 이사장으로 세계 65개국의 국가 경쟁력과 브랜드 가치를 평가하는 그는 “유럽에서는 ESG를 비관세 장벽으로 쓰는 움직임도 있는데 기업이나 국가·사회가 ESG에 동참하지 않으면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대기업과 대규모 자산 운용사가 ESG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중소·중견기업, 사모펀드(PEF), 벤처캐피털까지 널리 확산되는 흐름이라고 소개했다. 실제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부터 부쩍 ESG를 강조하며 주요국 정부에 ESG 정보 공유, 글로벌 표준 정립을 요구하고 있고 미국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스탠더드앤드푸어스(S&P)·피치도 평가에서 ESG를 주요 지표 중 하나로 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네슬레·브리티시텔레콤 등도 기업 전략에 ESG를 스며들게 해 내부 구성원들의 단합을 촉진하고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조 이사장은 다만 “피터 드러커가 유행이라고 표현했듯이 경영학의 흐름이 5~10년 주기로 바뀌며 발전했다”며 “지난해부터 ESG가 본격적으로 부각됐는데 이것이 계속 쌓이고 발전하다 5년 뒤에는 이를 보완하는 새로운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전략은 순서와 가중치를 가지고 기업 경영의 초점을 바꿔나가는 것"이라며 “ESG의 무게중심이 S에서 지금은 E라는 환경 경영으로 이동했는데 앞으로는 G라는 투명 경영으로 옮겨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동안 기업들이 고객 만족 경영(CSO),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사회적 가치 창출(CSV) 등 변화의 흐름에서 가치를 발전시킨 것처럼 ESG도 무르익다가 새로운 트렌드로 바뀔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기업이 그동안 자선 활동에서 환경 보존과 사회봉사 내부화, 지속 가능 경영으로 진화했는데 요즘은 기업의 전략 자체에 ESG가 녹아들게 해야 한다”며 “그래야 시장 창출뿐 아니라 투자도 받을 수 있고 장수하는 좋은 회사가 돼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유일한 선생이 1926년 창업한 유한양행이 진통소염제(안티푸라민) 등 좋은 제품을 싸게 팔아 국가와 동포에 기여한다는 창업 이념을 표방했는데 그게 바로 CSV”라며 “우리나라에서도 CSV가 낯선 개념은 아니라는 점에서 그것이 발전한 ESG에서도 앞서나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ESG 문화 확산을 위해 조 이사장은 최근 명예대표로 있는 윤경ESG포럼을 통해 기업 CEO, 정부, 학계, 시민사회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ESG 서약식을 개최했다. 그가 이사장으로 있는 IPS는 최근 12주 과정으로 스위스 프랭클린대의 테일러연구소,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과 함께 ESG 최고위 과정을 개설했다. 조 이사장은 “등산 용품을 만드는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이 버려진 페트병을 활용해 폴리에스터 원사를 만드는 등 ESG 경영에 나서는 것처럼 ESG는 기업의 새로운 이미지뿐 아니라 신규 사업을 창조하는 기회”라고 조언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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