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빚이 무서운 속도로 늘고 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국가 채무 시계’에 따르면 12일 오후 3시 30분 현재 국가 채무는 912조 5,002억 원에 달한다. 1차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하면 연말에는 965조 9,000억 원까지 불어난다. 1초에 305만 원씩 늘어난다는 얘기다. 당정이 2차 추경을 공식화해 증가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국가 채무 비율(D1)은 1차 추경분까지 반영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48.2%에 이른다.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공공 기관, 공기업 부채와 연금 충당 부채까지 포함한 국가 부채 비율(D4)은 2018년 106%에 도달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4월 한국은 주요 국가와 달리 코로나19 이후에도 재정지출이 줄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스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재정이 튼튼한 편이었지만 1981년 사회당 정부 집권 이후 나랏빚 부담에 허덕였다. 사회당은 공무원 증원, 최저임금 대폭 인상, 무상 복지 확대 등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냈다. 그리스의 국가 채무 비율(D1)은 1983년 33.6%에서 10여년 만에 100%를 넘어섰다. 남은 길은 IMF와 유럽연합의 구제금융뿐이었다. 여기에 보수 야당까지 정권을 잡겠다며 퍼주기 경쟁에 가세했다.
우리 정치권도 그리스와 똑같은 길을 걷고 있다. 여당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까지 연내 금리 인상 등 긴축을 시사하는 데도 내년 선거를 겨냥한 선심성 퍼주기에 올인하고 있다. 엇박자의 돈 풀기는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금리 인상 시기를 당겨 결국 경제주체들의 부담만 키울 것이다. 독일·영국·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이미 중기 재정 적자 감축 계획까지 만들어 적용하고 있다. 더 걷힌 세금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아니라 우선 나랏빚 갚는 데 써야 한다. 정부는 2025년으로 예정된 재정 준칙 적용 시기를 앞당기고 미래 세대에 부담을 안기지 않도록 국가 부채를 줄일 계획부터 짜야 한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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