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가 제때 멈추고 피하려면 센서가 감지한 장애물이 정확히 무엇인지 인지하는 소프트웨어(SW)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요. 자율주행 차량의 눈 역할을 하는 라이다(LiDAR ·레이저 영상 센서)의 SW 기술 경쟁력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앞서 나가겠습니다.”
이한빈(30·사진) 서울로보틱스 대표는 18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 자율주행차에 SW를 탑재해 ‘라이다계의 윈도’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라이다는 차량·로봇 주변에 레이저를 쏴 반사돼 돌아오는 광학거리를 재는 센서다. 카메라나 레이더 센서가 놓칠 수 있는 주행 중 장애물을 감지한다. 이 같은 라이다의 3차원(3D) 이미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장애물이 사람인지 차인지 인지하는 게 SW의 역할이다. 고성능 센서가 장착돼 있어도 SW가 없으면 자율주행차의 전자제어장치(ECU) 등에서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다. 핵심 기능이지만 기술을 보유한 곳은 많지 않다.
라이다 SW인 ‘센서(SENSR)’를 지난 2017년 처음 선보인 이 대표는 “벨로다인 등 세계적인 라이다 제조 업체들도 자체 SW를 가진 곳은 거의 없다”며 “국내에서는 서울로보틱스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실제 글로벌 라이다 제조사들도 서울로보틱스의 SW를 탑재한다. 지난달 독일의 대표적인 기술 컨설팅 업체 h&z는 라이다 산업 리포트에서 글로벌 업체들 가운데 서울로보틱스를 ‘SW 기술력 1위’ 업체로 선정했다.
이 대표는 “정확도·연산력 등 서울로보틱스의 기술력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셈”이라며 “지난해 ‘센서’ 2.0에 이어 추가 연구개발을 통해 2~3년 내 3.0까지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센서’는 3D 이미지 데이터를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해 초당 20번 인지·판별한다. 라이다 하드웨어 성능과 날씨에 영향을 받지만 보통 차량 전방 150m 정도까지 장애물을 인지할 수 있다. 그는 “현재 축구공 크기까지 구별할 수 있다”며 “주문생산방식(OEM)으로 공급된 SW가 글로벌 완성차 업체 자율주행차에 적용돼 이르면 연내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영국·네덜란드 등 8개국에 수출 중인 서울로보틱스는 벤츠·BMW·볼보 등 글로벌 기업 5곳과 OEM으로 공급계약을 맺고 있다. 또 BMW 협력사 중 라이다 SW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티어1(1등급)’ 그룹에 속해 있다.
그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만도와 손잡고 자율차 장착 부품의 4년 내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라이다뿐 아니라 이미징 레이다 분야로까지 기술 영역을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이 대표는 귀국 후 온라인에서 3D 데이터 처리 기술에 관심 있는 엔지니어 3명을 만나 2017년 회사를 세웠다. 3D 시뮬레이션 유체역학을 공부한 이 대표는 고급 인력 충원과 성공 확률을 감안해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의 창업을 결심했다. 그는 “스마트시티 분야 등을 넘어 현재 스마트폰에도 라이다 센서가 들어갈 정도로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관련 SW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연내 SW 고도화와 상용화를 목표로 잡은 그는 “창업할 때부터 바라본 세계시장을 겨냥해 뛸 것”이라며 “5년 내 미국 나스닥 상장의 꿈도 이루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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