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종합 직업 체험관 한국잡월드가 직격탄을 맞았다. 이용객 수는 코로나19 발생 전의 10% 수준으로 급감했다. 자연히 손실 폭도 커졌다. 한국잡월드는 다양한 직업을 소개해주는 아이들의 쉼터다. 2011년 설립 이후 적자 폭이 줄면서 안정 궤도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었으나 코로나19로 다시 위기에 봉착한 모습이다.
20일 고용부 등에 따르면 한국잡월드의 지난해 이용자 수는 6만 7,000명에 그쳤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확산되기 전인 2019년 63만 9,700명보다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이는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 상향 조정 등으로 8개월 가까이 휴관한 탓이다. 문을 연 시기보다 닫았던 시간이 길어지면서 자연히 이용자 수가 급감했다. 올 들어 6월까지 이용자 수도 4만 8,000명에 불과했다. 발길이 줄어들면서 자연히 적자 폭이 커졌다. 한때 20여억 원에 달했던 손실이 2018년에는 4억 원대로 줄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지난해 손실 폭은 9억 5,500만 원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한국잡월드가 다른 공공 기관과 달리 이용객 급감이 예산 감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수지 차 보전 기관’이라는 점이다. 수지 차 보전 기관은 관람료를 통한 자체 수입이 줄면 지원 예산도 감소하는 구조다. 한국잡월드의 올해 예산은 324억 원이다. 하지만 이용객 감소 추세가 이어지면 예산 삭감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60여 명의 직원 가운데 일부가 휴직했고, 팀장급 이상은 임금 일부를 반납하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섰다는 게 한국잡월드 측 설명이다.
잡월드 관계자는 “현재도 잡월드는 30% 정도만 운영하고 있는데, 여전히 주 수입원인 학교 고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직업 트렌드에 따라 새로 공간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김영철 잡월드 이사장도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기 전까지 경영 어려움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주 고객인 학교 등교 정상화 실패→이용객 감소→예산 삭감’이라는 악순환이 이어질 경우 위기는 더 커질 수 있다. 성남시는 물론 전국의 교사나 학생들이 한국잡월드가 문을 닫을까 걱정하는 이유다.
성남 내 한 중학교에서 12년째 진로 교사를 담당하고 있는 A 씨는 “진로 교사를 시작한 이후 지난해 처음으로 잡월드를 가지 못했는데, 아이들이 너무 서운해하고 언제 가느냐고 묻는다”며 “학원 생활이 거의 전부인 학생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직업 체험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로 교사 B 씨도 “직업 체험관은 변화하는 직업에 따라 시설·교육·콘텐츠를 주기적으로 바꿔야 하는데, 민간 업체가 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잡월드의 경우 공익을 목적으로 한 기관이다보니 상황이 어려워도 운영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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