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연임 소식과 10년 만기 국채금리 급등이 갈랐는데요. 이날 오전9시께 파월 의장의 재지명 뉴스가 나오면서 상승세를 탔던 증시는 장후반 들어 10년 물 국채금리가 연 1.62%대까지 오르면서 나스닥이 1% 넘게 빠졌습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도 하락마감했는데요. 국채금리 상승은 어쨌든 라엘 브레이너드 이사가 새 의장이 됐을 때보다 긴축으로 갈 확률이 높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앞으로인데요. 당장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관건입니다. 오늘은 이날 나온 조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과 파월 의장과 브레이너드 이사의 발언과 월가의 반응을 중심으로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점쳐보겠습니다.
바이든 “파월·브레이너드, 물가 낮추고 안정화하며 최대고용에 주력할 것”…고용에서의 성과 강조
이날 오전 백악관이 낸 보도자료를 보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파월 의장과 브레이너드 박사가 계속해서 인플레이션을 낮추고 물가 안정성을 유지하며 최대고용을 추구해 우리 경제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할 수 있게 집중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설명했는데요.
오후에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는 “우리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미국 가정들이 휘발유와 식품, 주택 가격이 오르면서 감당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연준은 두 가지 정책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첫 번째는 최대 고용이며 두번째는 인플레이션을 낮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고용의 중요성과 그동안의 성과를 수차례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님을 역설했는데요. 그는 “인플레이션을 감안해도 미국 노동자의 가처분소득이 2% 올랐다”, “파월은 완전고용을 위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적합한 사람이며 동시에 인플레이션 위협을 해결할 사람”, “파월은 경제학자들이 말하는 최대고용의 혜택을 믿는 사람” 같은 표현을 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중요한 것은 그가 임명권자이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일일이 FOMC나 통화정책을 간섭하지는 않고 그럴 수도 없지만 새로 의장을 임명할 때 전체적인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자신의 생각을 전하기 마련입니다. 바이든도 “(파월과) 만나서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고 했는데요. 바이든의 발언을 보면 그가 파월에게 어떤 주문을 했을지 간접적으로 추정이 가능합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은 크게 ①일자리가 넘치며 노동자들에게 혜택이 많이 가고 있다 ②인플레 위협은 크나 연준은 최대고용과 인플레 방어가 양대 목표다 ③인플레는 지도부가 잘 처리할 것으로 기대 등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날 전체적인 분위기는 고용에 관한 얘기가 더 많았습니다. 좀 더 정확히는 고용 부문에 대한 성과와 자신이 미국 노동자들에게 어떤 혜택을 줬는지를 드러내는 부분이 많았죠. 정치적으로 보면 인플레이션이 노동자의 소득을 빼앗아간다는 주장에 반론을 펴면서 왜 최대고용이 중요한지, 또 중요했는지를 항변하는 자리처럼 느껴졌습니다.
다만, 물가에 대한 우려도 상당 부분 있었습니다. 큰 틀에서는 고용에 조금 더 가치를 두면서도 인플레이션을 빼놓지 않은 것이죠.
파월 임명의 배경으로 “정파를 넘어선 지지”가 있었다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더 자세한 설명은 없었지만 민주당 일부에서 원하는 브레이너드 안으로 갔다가는 자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비정파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본 것이죠. 어쨌든 바이든은 결과적으로 파월의 손을 들어주면서 더 비둘기파적이지는 않을 것임을 보여줬습니다.
브레이너드, “노동자 위해 인플레 대응” 가장 먼저 꼽아…파월, “높은 인플레 고착화 막기 위해 도구 사용”
이제 좀더 지상 쪽으로 내려와보겠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정치적 요소, 즉 정책 실패에 관한 공격 방어멘트까지 버무려져 있기 때문에 정확한 의도를 잡아내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연준을 이끌 ‘원투’가 파월 의장과 브레이너드 이사인데요, 이중 브레이너드의 말부터 먼저 알아보려고 합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부의장직을 맡게 돼 영광이라고 하면서 “저는 연준에서 노동자들을 업무의 중심에 두고 있다”며 “이것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모든 이들에게 혜택이 가도록 경제성장을 지원하는 것을 뜻한다. 그것은 금융시장이 지속가능하고 굳건하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했는데요.
눈에 들어온 것은 브레이너드가 노동자 얘기를 하면서 인플레이션을 가장 먼저 언급했다는 점입니다. 고위직 인사나 관료의 연설을 볼 때는 언급내용 뿐만아니라 순서와 분량이 중요합니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인플레를 한 번만 언급한 것과 열 번 말하는 것은 듣는 사람 입장에서 차이가 큽니다. 또 가장 먼저 말하느냐, 제일 뒤에 마지막에 붙이느냐도 그런데요. 브레이너드가 자신이 파월보다 더 비둘기파적이라는 시장의 시각을 의식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인플레 부분을 첫 손에 꼽았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파월 의장은 대응 부분에서는 반반이었는데 전체적으로는 인플레를 많이 신경쓰고 있음을 보여줬는데요. 그는 “경제는 수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확장하고 있으며 (연준은) 최대고용에 대한 약속을 이행하고 있다”며 “경제와 노동시장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높은 인플레가 고착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도구를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인플레에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여전히 아직은 고용의 끈을 붙들고 있지요.
다만 그는 인플레가 가정과 음식, 주택, 교통 등 비용을 높임으로써 미국 가정에 피해를 준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날 발언에서도 물가를 꽤 의식했는데요. 블룸버그통신은 “파월과 브레이너드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 우선순위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전했습니다.
개인 의견인데, 앞으로 연준은 고용의 중요성과 가치를 유지하면서도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본격적으로 챙기지 않을까 합니다. 이것이 바로 금리를 올린다는 얘기는 아닙니다만 테이퍼링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인플레 리스크를 재평가하고 대응전략을 생각해보지 않을까 싶습니다. 국채금리 상승세가 의미하는 바도 비슷하지 않을까 한데요. 이날은 세 사람 가운데 그 누구도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인플레 대응에 바이든 정권 운명 걸려…“테이퍼링 가속 가능성” vs “그럴 일 없을 것”
중요한 것은 시장이 어떻게 보고 반응하느냐겠죠. 일단 정책 연속성 확보는 누구나 인정합니다. 파월 의장이 연임한 데다 연준 이사를 지냈던 브레이너드가 부의장으로 임명됐기 때문이죠. 그동안 FOMC서 논의해오던 것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급작스러운 변동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실제로도 그렇구요.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립니다. 애나 웡 블룸버그 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파월의 재지명은 정책 연속성을 의미한다. 인플레이션이 매우 높고 노동시장 회복이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아직 주된 가능성은 아니지만) 12월 FOMC에서 점점 더 빠른 속도의 테이퍼링 가속화를 발표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본다”고 했는데요.
반면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그동안의 입장대로 내년에 두 차례 금리인상 가능성을 제시하면서도 “연준이 테이퍼링 속도를 높일 것 같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최종 종료까지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이유인데요. 대신 그는 연준이 예정 테이퍼링 종료시점인 6월 직후인 7월께 곧바로 금리인상을 하면 시장에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봤습니다. 마크 잔디 무디스 애널리틱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연준은 느리지만 꾸준히 (통화완화의)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게 될 것”이라고 했는데요.
핵심은 인플레이션 대응입니다. 여기에는 모두가 동의하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만약 인플레이션이 계속 높으면 연준 의장은 경기침체 가능성과 정치적 역풍 우려에도 비둘기파에서 매파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며 “파월 의장의 두 번째 임기에는 경제 상황이 매우 다를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운명은 파월 의장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며 “연준이 너무 오래 금리인상을 하지 않으면 미국인들은 수년 간 더 높은 인플레이션에 직면하거나 뒤늦게 공격적인 금리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어 금융시장 혼란과 경기하강이 나타날 수 있다. 반면 너무 빠르거나 너무 많이 움직이면 고용시장 회복이 안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실상 바이든 정권의 운명이 파월의 손에 달려 있다는 말인데요.
일각에서는 파월 의장이 의회의 인준이 끝나는 내년 1월 말까지는 일단 비둘기파적일 수도 있다는 말도 흘러나옵니다. 어쨌든 이날 상황만으로는 부족해 좀 더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알려면 12월 FOMC 전후가 돼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추가로 임명할 수 있는 이사 자리도 더 남은 만큼 이들의 면면도 잘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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