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의 이익을 위해 자원 수출을 통제하려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거세다. 러시아는 천연가스를 움켜쥔 채 유럽 내 영향력을 키우고 있으며 인도네시아는 원자재 수출국 탈피를 선언하며 석탄 수출에 제동을 걸었다. 중국은 희토류·코발트 등 4차 산업에 필요한 각종 희소금속 수출을 제한하고 나섰다. 에너지 위기와 산업 부품 수급 우려로 각국이 수출보다 국익을 우선시하면서 ‘신(新)자원 민족주의’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러시아는 벨라루스와 폴란드를 거쳐 독일로 연결되는 ‘야말 유럽’ 가스관 가동을 중단했다. 러시아가 가스 공급량을 줄이면서 유럽 내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해 연초 대비 네 배 가까이 폭등했다. 천연가스 수요량의 40%를 러시아로부터 공급받고 있는 유럽은 에너지 포로가 됐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독일 내 노르드스트림2 송유관 가동을 두고 미국·유럽 등 서방권과 갈등하고 있는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협상의 지렛대로 사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러시아가 카자흐스탄의 물가 상승 항의 시위 진압을 위해 자국 공수부대를 파견한 것도 우라늄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 세계 우라늄의 40%를 공급하는 카자흐스탄을 장악하면 글로벌 영향력을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전력 부족을 이유로 이달 초 석탄 수출을 전격 금지했다. 이로 인해 중국 내 석탄값이 8% 치솟기도 했다. 한국과 일본·필리핀 정부가 잇따라 인도네시아 정부에 ‘수출 금지 해제’를 촉구하면서 인도네시아는 수출 재개를 부분적으로 허가했다. 하지만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니켈선철(NPI)과 페로니켈(니켈철)에 수출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며 추가 광물 수출 제한을 예고한 상태다.
중국도 자원을 움켜쥔 채 무기화하고 있다. 올해부터 중국 정부는 희토류 분야에 대한 외국인 투자와 정보 접근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해외 자본이 중국 희토류 산업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하려는 조치다. 중국의 희토류 세계 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국제 시장 가격을 좌우할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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