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 인프라의 기초가 되는 물류센터 공급이 원자재 대란에 따른 공사비 급등의 영향으로 중단될 처지에 놓였다. 철근·콘크리트 등 건설자재 가격 폭등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물류센터 사업에 뛰어들었던 시행사·자산운용사 등이 프로젝트를 철회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이대로라면 2024년 이후 신규 물류센터 공급이 급감하면서 극심한 수급 불균형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6일 한국부동산개발협회와 건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철근과 콘크리트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상온 물류센터를 짓는 데 필요한 3.3㎡(평)당 공사비는 410만 원까지 치솟았다. 동일한 조건으로 2020년 상반기 평당 공사비가 210만~220만 원 선이었던 것에 비해 2배 가까이 뛴 것이다. 온도 유지 설비가 필요한 저온 물류센터 역시 같은 기간 320만~350만 원에서 470만~520만 원 수준으로 약 50% 늘었다.
건설자재 가격 상승 탓에 전국의 건설 현장이 셧다운(공사 중단) 공포에 시달리고 있지만 물류센터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물류센터는 전체 공사에서 골조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공사비 상승 속도가 더욱 빠르기 때문이다. 2020년 상반기 평당 450만 원 전후를 기록했던 공동주택 공사비는 올 3월 470만~550만 원대로 최대 1.2배 상승에 그쳤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인플레이션 탓에 공사비는 물론 땅값과 금리까지 함께 상승하면서 부동산 투자 업체들은 신규 물류센터 공급의 수익성이 거의 없다고 보고 프로젝트를 접고 있다. 2~3년 전에 부지를 미리 사두고 인허가를 받아놓은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이 착공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수익률 저하를 감수하고 뛰어들 곳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동산 투자를 통해 거두는 수익 지표는 눈에 띄게 하락하고 있다. 젠스타메이트에 따르면 수도권 물류센터 캡레이트(부동산 매입 금액이 1년에 회수되는 비율)는 2019년 6% 후반을 기록했지만 2020년 말 5.2%, 2021년 말 4.8%로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일부 반영된 지난해 4분기에는 3.9%대까지 떨어지며 처음으로 3%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투자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2년 전에 물류센터 부지를 매입하고 1년 가까이 인허가 과정을 밟은 뒤 착공하려 하니 당초 사업을 계획했을 때와 지금의 사업 환경이 너무 달라 울며 겨자 먹기로 진행하고 있다”며 “공사비 상승이 계속될 경우 2024년 하반기 이후 준공되는 신규 물류센터를 찾아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팬데믹 이후 비대면·온라인 쇼핑이 생활의 한 축으로 자리 잡으며 물류센터 수요는 계속 높아지는 추세다. 2015년 18억 2000박스에 4조 3000억 원 규모였던 택배 물동량은 지난해 말 36억 3000박스, 8조 5000억 원까지 성장했다. 김승배 한국부동산개발협회 회장은 “물류센터 공사비 상승은 물류 인프라 구축을 위협하는 요인”이라며 “물류 인프라 구축과 유지를 위해 용적률 상향 조정 등 공사비 상승분을 상쇄할 정책 묘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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