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로 운송된 물건을 문 앞까지 배송할 때 발생하는 비효율을 줄이는 데 로봇이 해결책이 될 수 있지요. 마지막 구간(라스트 마일)에 최적화된 배송 로봇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보겠습니다.”
로봇 기술 스타트업 와트의 최재원(34) 대표는 7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 문 앞 배송이 가능한 로봇이 현재 택배 서비스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와트가 개발한 로봇은 아파트 단지 내 운송 구간을 사람 대신 처리하도록 고안됐다. 무인 택배함인 ‘W스테이션’과 로봇 ‘제임스’가 배송한다. 택배 기사가 아파트 주차장 등에 설치된 W스테이션에 일괄 배송하면 카메라로 송장을 자동 인식, 로봇을 불러 상자를 싣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문 앞에 내려놓는 구조다. 라이다(레이저 영상 센서)를 비롯해 5~8개 카메라 등을 단 로봇은 입력된 단지 지도대로 자율주행한다. 최 대표는 “송장 인식률이 97% 정도로 만약 손 글씨를 자동 인식하지 못하면 로봇과 연결된 관제센터가 사진을 보고 알려준다”며 “로봇은 계단을 제외하고 경사로나 낮은 턱을 주행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기존 배달 로봇과 가장 큰 차이점은 처음부터 사람 손을 배제한다는 것이다. W스테이션의 택배 상자는 컨베이어 벨트로 식기세척기 크기 정도의 로봇에 자동으로 실리고 로봇 팔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 이동한다. 문 앞 상자 하차도 인력을 빌리지 않는다. 운반 상자는 최대 40㎏(크기 50x50x80㎝)으로 로봇 한 대가 하루 150세대의 택배를 처리할 수 있다.
그는 “인력 배송은 단지 내 이동과 엘리베이터 대기 시간 등으로 늦어지면 결국 비용 문제로 연결된다”며 “로봇을 이용하면 비용을 기존의 3분의 1로 줄일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와트는 HDC현대산업개발, 택배 업체와 손잡고 지난해 5월부터 3개월간 경기 고양시의 한 아파트에서 기술검증(PoC)을 진행했다. 최 대표는 “테스트 결과를 토대로 개선점을 수정하고 있는데 입주민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라며 “단지 내 택배 트럭 운행에 대한 거부감이나 택배 기사의 과중한 업무를 더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양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전자공학 석사를 딴 최 대표는 대학생 때 전자 부품 회사를 차렸을 만큼 창업에 열정을 보였다. 스타트업에서 1년간 근무한 그는 하드웨어에 철학을 담아 변화를 이끌어보겠다는 꿈을 갖고 2020년 대학 후배들 3명과 함께 와트를 설립했다. 물류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 2개월간 직접 택배 아르바이트도 뛰었다. 그는 “몸으로 부딪히며 비효율 문제를 깨달았고 6개월간 연구 끝에 로봇을 개발했다”며 “택배 종사자가 로봇에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현재의 고강도 업무 지속이 사회적 문제라는 점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배송 로봇 기술과 관련된 특허 7건을 출원 중인 최 대표는 올해 아파트나 오피스텔을 대상으로 3건 이상의 유료 기술검증을 목표로 잡았다. 내년에는 상용화를 이루고 장기적으로는 쓰레기 배출이나 편의점 구매 대행 등 단지 내 배송 로봇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다. 그는 “사람보다 일 잘하는 로봇을 만들고 싶다”며 “물류 서비스 자동화를 앞당기는 회사로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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