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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장타여왕' 박성현(22·넵스)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간판 장타자들 사이에서도 기죽지 않았다. 오히려 생애 최고의 경기를 펼쳤다.
15일 인천 스카이72GC 오션코스(파72·6,364야드). 이날 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 1라운드에서 박성현은 미셸 위, 렉시 톰슨(이상 미국)과 같은 조에서 맞대결했다. 미셸 위와 톰슨은 올 시즌 드라이버 샷 평균거리로 각각 256(29위)·267야드(4위)를 찍고 있는 선수들. 국내 투어 상금랭킹 2위(3승) 자격으로 이 대회에 출전한 박성현은 미셸 위와 같은 256야드로 국내 장타 1위를 달리고 있다.
기대대로 이들 3명은 드라이버 샷 거리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든 경쟁을 이어갔다. 하지만 타수에서는 차이가 컸다. 박성현은 전·후반 똑같이 5언더파 31타를 치는 무서운 기세로 10언더파 62타로 마무리했다. 지난 2012년 이 대회 1라운드에서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이 세운 코스 레코드 9언더파 63타를 1타 경신했다. 2003년 제주 나인브릿지에서 박희정이 작성한 대회 18홀 최소타 타이기록이기도 하다. 보기 없이 버디 10개를 퍼부은 박성현은 6언더파 공동 2위인 저리나 필러(미국), 찰리 헐(잉글랜드)에 4타나 앞섰다.
시원한 드라이버 샷이 특기인 박성현은 이날은 면도날 같은 날카로운 아이언 샷을 더 뽐냈다. 거의 모든 샷이 핀 가까이에서 멈췄다. 5걸음 이상 벗어난 샷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5~7번홀과 9~11번홀까지 세 홀 연속 버디가 두 번이나 나왔다. 7번홀(파5)에서는 벙커 바로 뒤 까다로운 경사의 러프에서 홀에 붙인 뒤 버디를 잡았고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1.5m 버디를 놓치지 않아 코스 레코드를 썼다.
경기 이후 박성현은 "감기 기운 탓에 클럽 무게를 줄이고 더 조심스럽게 쳤는데 좋은 스코어를 내는 데 도움이 됐다. 코스는 쉽지 않지만 티샷·아이언 샷은 물론 퍼트도 잘 따라줬다"며 "중요한 무대에서 생애 최고의 경기를 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개인 최소타는 7언더파였다고 한다. 박성현은 신인이던 지난해는 상금랭킹이 낮아 갤러리로 이 대회를 찾았다. 그는 "LPGA 투어에 자력으로 출전할 수 있는 선수가 돼 영광이다. 장타자들과 한 조로 묶여 긴장했는데 생각보다 거리가 비슷하게 나갔다"며 "오늘은 행운이 따라준 라운드였고 남은 라운드에서는 더블 보기나 트리플 보기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세를 낮췄다.
이 대회 우승자에게는 LPGA 투어 직행 티켓이 주어진다. 최근 이에 대한 질문을 받았던 박성현은 "아직 모자란 부분이 많아 우승하더라도 국내에 남을 것 같다"고 답했다. 실제로 우승할 경우 다른 선택을 내릴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리게 됐다. LPGA 투어 신인 김효주와 국내 투어 신인 지한솔이 5언더파 공동 4위에 오른 가운데 국내 상금 1위 전인지는 1오버파 공동 54위로 마쳤다. 세계랭킹 등 각 부문에서 근소한 차이로 1·2위에 올라있는 박인비와 리디아 고(뉴질랜드)는 나란히 3언더파(공동 16위)를 적었다. /양준호기자 migue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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