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말 현재 지역주택조합 예정 사업장이 전국 126곳 9만6,084가구인 것으로 조사됐다. 분양시장 호황에 편승해 전국 곳곳에서 10만여가구의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진행 중인 셈이다.
아울러 2005년부터 올 6월까지 155개 지역주택조합이 조합설립인가를 받았지만 이 가운데 실제 입주한 곳은 34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0개 조합 중 7곳 이상은 사업이 답보 상태이거나 장기간 지연되는 셈이다.
이 같은 사실은 국민권익위원회가 내놓은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지역주택조합제도 개선 방안' 자료에서 드러났다. 권익위는 현재 지역주택조합제도가 서민들의 막대한 재산적·정신적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고 보고 16일 관련 토론회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무자격 업무대행사·책임지지 않는 시공사가 주도=권익위는 현재 지역주택조합제도가 '무자격 업무대행사와 책임지지 않는 시공사가 주도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사업 과정에서 생기는 모든 피해는 일반 조합원이 져야 하는 셈이다.
권익위가 각 지방자치단체 등의 협조를 받아 조사한 지역주택조합의 문제점을 보면 우선 조합원 모집 과정에서 아무런 제약이 없다. 이런 가운데 무자격 업무대행사가 난립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들 무자격 업무대행사에 대한 제재장치 역시 없는 상태다.
권익위 관계자는 "한마디로 임의단체가 조합원을 모집하는 모양새"라며 "이 과정에서 시공사는 단순 도급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도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라고 말했다.
조합운영의 불투명성도 심각한 문제다.
업무대행사나 그 측근들이 임원이 되는 것이 일반적. 상황이 이런데도 조합원의 정보공개청구권은 아예 없다. 조합설립인가 전 업무에 대한 회계감사도 받지 않는다.
◇사업 무너지면 땅도 날리고 돈도 날리고=더 큰 문제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거나 무산될 경우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땅도 날리고 돈도 날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이다. 현재 지역주택조합 토지의 경우 토지신탁에 대한 강제 규정이 없다.
신탁사 관계자는 "사업 부지를 신탁회사에 신탁하게 되면 그나마 조합원들은 토지 매각 등을 통해 분양대금을 변제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강제 규정이 없다 보니 토지에 대해 신탁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합들이 신탁사에 업무위탁을 할 경우 신탁사들은 분양대금과 분담금을 나눠서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많은 신탁사가 별도 관리를 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지역주택조합의 시공사 역시 사업이 어려움에 처할 경우 아예 책임을 지지 않는다. 조합원들은 시공사를 믿고 가입하지만 문제가 생길 경우 시공사가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것이 현 구조다.
실제 일선 지자체에는 지역주택조합으로 피해를 본 민원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러 지자체가 제도 폐지를 요구하고 나선 상태다. 국민신문고에도 2012년부터 올 8월까지 지역주택조합 피해 민원이 201건에 이르고 있는 상태다. /이재용·권경원기자 jy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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