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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중국 회사채시장도 투기 장세… 폭탄돌리기 주의보

기관 환매조건부채권 이용 회사채 매입

채권시장 빚으로 빚 갚는 구조 만들어 기업 재무 악화 불구 회사채 가격 상승

中기업들 일상화된 디폴트도 위험요인

정부 리스크 알면서도 또 규제 완화 나서



증시 폭락에 혼쭐난 중국 큰손들이 채권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정부의 부양책으로 시중에 유동성은 넘치지만 요동치는 증시에 놀란 투자자들이 시장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상품 판매사이트인 하우바이닷컴에 따르면 지난 9월 채권상품 판매는 전달보다 50% 증가한 반면 주식형 펀드는 같은 기간 반토막 났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채권형 펀드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자 증권사들은 주식형 펀드의 채권 투자가 가능하도록 약관을 변경했다. 올들어 지난 8월까지 국공채, 회사채 등 채권 발행액도 12조 6,000억 위안(약 2,262조 3,300억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60%나 늘었다. 채권투자가 늘어나며 국채선물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3일 5년, 10년 국채선물 거래량은 2만 계약을 넘어서며 일일 사상 최고치에 육박했다. 현물시장에서도 5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 4월초 3.47%에서 지난 13일 2.92% 하락했다. 금리하락은 그만큼 채권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채권시장과 국채선물시장에 몰리는 자금 역시 증시 못지 않게 투기성이 강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회사채 시장에 대한 투자는 경기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폭탄 돌리기'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채권시장, 빚으로 빚을 갚는 구조= 중국 채권 시장의 위험은 기관투자가들이 투기에 뛰어들며 확대되고 있다. 특히 빚으로 빚을 갚는 구조는 회사채를 폭탄으로 만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윈드인포(Wind info)에 따르면 3·4분기 중국 환매조건부채권(repo) 규모는 155조8,000억위안(약 24조6,480억 달러)으로 전분기 대비 13%나 급증했다. 환매조건부채권은 기관투자자들이 채권을 담보로 단기현금을 빌리는 방식의 차입인 만큼 그만큼 빚이 늘어난 셈이다. 기관투자자들은 환매조건부채권으로 빌린 돈으로 다시 회사채를 사들이며 채권가격을 올려 국채와 회사채간 금리차(스프레드)를 좁혔다. 최근 중국 AAA- 등급 회사채와 국채간 스프레드는 지난해의 절반수준인 0.8~1%포인트에 불과하다. 경기둔화로 기업들의 재무건전성은 악화되고 있는데도 회사채 가격은 상승세를 보이는 전형적인 투기 장세가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채권에 대한 매력이 떨어져 채권가격이 하락세(금리상승)로 돌아설 경우 기관투자가들의 투기가 폭탄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담보가치가 하락하면 채권보유자가 채권을 처분하게 되고, 이는 연쇄적인 채권 매도와 가치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가치가 떨어진 회사채 때문에 기업은 극심한 자금난을 맞게 된다. HSBC는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인민은행은 채권 시장이 투기장으로 변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대출채권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정책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회사채 디폴트 일상화= 중국 기업들의 회사채 디폴트(채무불이행) 일상화도 채권시장의 위험요인이다. 지난 13일 국유기업인 바오딩톈웨이가 만기 어음을 갚지 못하며 디폴트를 선언했다. 올 들어서만 공식적으로 집계된 5번째 회사채 디폴트 사태다.



중국 신용평가사인 상하이신세기에 따르면 올 상반기까지 중국 채권시장에서 신용관련 사고는 20여건에 달했다. 채무불이행이 일어난 산업분야는 태양광발전이나 비철금속 등 과잉생산을 겪고 있는 업종에 집중되고 있다. 신세기신용평가는 "중국 경제의 침체와 구조개편, 과잉생산, 일부 기업의 경영실패 등이 채무 불이행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국유기업 역시 회사채 디폴트에서 예외는 아니다. 지방 국유기업의 경우 지방정부 자체의 신용 리스크까지 더해지며 단기적인 자금 충격에도 쉽게 무너지는 상황이다.

◇경기부양 급한 정부, 또 회사채 규제 풀어= 경기부양이 급한 중국 정부는 커지고 있는 채권시장의 리스크를 인지하면서도 회사채 발행 규정을 대폭 완화할 계획이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는 금융당국의 승인이 아닌 신고만으로 회사채 발행이 가능한 기업들의 범위를 'AAA'에서 한단계 낮은 'AA+'기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시중 유동성을 기업으로 흐르게 하겠다는 의도다. 아울러 금융산업 활성화를 위해 산업자본의 금융업 진출 요건도 완화한다. 발개위는 모든 중국기업들이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한 자금 가운데 40%를 금융사업에 투입할 수 있도록 했다.

/베이징=김현수특파원 h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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