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했던 한국선수의 우승은 나오지 않았지만 박성현(22·넵스)이라는 새로운 스타의 이름은 미국 무대에도 알려지게 됐다.
18일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GC 오션코스(파72·6,364야드)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장타여왕' 박성현은 14언더파 274타로 공동 2위에 올랐다. 전 세계랭킹 1위 청야니(대만)와 같고 15언더파 우승자 렉시 톰슨(20·미국)과는 단 1타 차였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한 박성현은 올 시즌 3승을 올리며 상금랭킹 2위(6억3,000만원)에 올라있는 선수. 국내 투어에서는 신흥강자로 입지를 굳혔지만 LPGA 투어 대회는 이번이 첫 출전이었다.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은 한국에서 열리는 유일한 LPGA 투어 대회로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각종 타이틀 경쟁에서 1위를 다투는 세계랭킹 1·2위 박인비(KB금융그룹)와 리디아 고(뉴질랜드)의 맞대결이 관전 포인트였지만 대회가 시작되자 스포트라이트는 박성현에게 쏠렸다. 박성현은 첫날 LPGA 투어 대표 장타자 톰슨·미셸 위(미국)와의 같은 조 드라이버 샷 경쟁에서 앞서며 코스 레코드(10언더파 62타)를 작성했다. 4타 차 단독 선두로 나선 그는 이튿날에는 3타를 잃었지만 3라운드에서 다시 5타를 줄여 리디아 고와 공동 선두에 올랐다. 챔피언조로 마지막 4라운드를 출발한 박성현은 7번홀(파5)에서 이글을 잡기도 했다. 하지만 파3인 3·12번홀에서 보기를 적는 바람에 힘겨운 추격전을 벌였다. 톰슨이 2타 차 단독 선두로 먼저 경기를 끝내고 맞은 18번홀(파5)에서는 두 번째 샷이 그린 앞 벙커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바로 넣어야만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는 상황에서 벙커 샷은 오른쪽으로 지나가 버렸다. 박성현은 그래도 버디로 마무리, 리디아 고와의 동반 플레이에서 1타 차 승리를 거둔 셈이 됐다. 박성현은 국내 투어 상금 상위 자격으로 이 대회에 나왔다. 우승하면 LPGA 투어에 직행할 수 있었다. 박성현은 그러나 이미 "국내 투어에서 최소한 3년은 뛰고 미국 무대에 도전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최근 상승세에 계획을 바꿀 수도 있었겠지만 박성현은 "만약 우승해도 경험이 더 쌓인 뒤 진출하겠다"고 3라운드 뒤 못 박았다.
리디아 고는 버디 3개와 보기 3개를 바꿔 타수를 줄이지 못했고 13언더파 공동 4위에 만족해야 했다. 이번 주까지 최근 4개 대회에서 리디아 고는 우승-우승-공동 2위-공동 4위의 성적을 냈다. 리디아 고에게 세계 1위를 뺏길 위기에 몰렸던 박인비는 3타를 줄여 8언더파 공동 15위로 마감하면서 왕좌를 지켰다. 올해의 선수 포인트는 동점을 허용했다.
또 다른 4위는 전날 공동 31위였던 양희영(PNS)의 차지였다. 양희영은 10~18번홀 9연속 버디 대기록을 작성했다. 1999년 필립스 인비테이셔널에서의 베스 대니얼(미국) 이후 16년 만에 나온 LPGA 투어 최다 연속 버디 타이기록이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기록도 9연속 버디. 국내 투어 기록은 조윤지(하이원리조트)가 5월 E1채리티 오픈에서 세운 8연속 버디다. 전반에 버디 2개에 보기 1개로 1타를 줄인 양희영은 후반 9개 홀에서 모두 버디를 잡으면서 10언더파 62타 코스 레코드 타이를 기록, 13언더파로 대회를 마쳤다. 선두에 1타 뒤진 채 출발했으나 버디 4개에 보기 1개로 3타를 줄여 우승한 톰슨은 시즌 2승이자 통산 6승을 기록했다. 우승 상금은 30만달러(약 3억4,000만원)다.
/양준호기자 migue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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