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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3조 사기대출' 모뉴엘 대표 징역 23년 중형 선고

"수출가 조작 등 죄질 무거워"

3조원대 사기대출을 일으킨 가전제품 제조업체 모뉴엘의 박홍석(53) 대표가 징역 23년의 중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김동아 부장판사)는 16일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자백하고 증거를 판단해도 유죄가 인정된다"며 박 대표에게 징역 23년과 벌금 1억원, 추징금 361억원을 선고했다. 박 대표와 범행을 공모한 신모(50) 부사장 등 모뉴엘 임직원 3명도 징역 3~7년을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사기대출로 편취한 금액이 3조4,000억원, 이 가운데 갚지 못한 돈이 5,400억원에 이르고 수출가격 조작,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자금거래, 무역보험공사 임직원 등에 대한 로비 등 죄책이 유례가 없을 정도로 크다"고 박 대표를 꾸짖었다.

박 대표가 사기대출로 받은 금액 중 수백억원을 카지노 도박, 주택 구입, 세금 납부 등 개인 용도로 탕진한 점도 엄벌이 불가피한 이유로 꼽았다. 이어 "박 대표의 범행은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고 중소기업의 수출을 장려하는 제도를 위축시킬 위험까지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지난 2007~2014년 한 개당 8,000원 정도에 불과한 홈시어터 컴퓨터(HTPC) 가격을 250만여원으로 부풀려 수출한 뒤 수출대금 채권을 시중은행 10곳에 매각해 사기대출을 일으킨 혐의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대출한도를 늘리기 위해 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 임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뇌물을 주기도 했다. 모뉴엘은 정부로부터 히든챔피언(우수강소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유망기업으로 각광 받고 있었기 때문에 이 같은 수조원대 대출 사기 사실이 밝혀지면서 큰 파장이 일었다.

최근 법원은 박 대표와 같이 금융 시스템을 위협하는 사기대출 행위에 대해 엄벌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올 2월 서울고법은 KT ENS의 1조8,000억원대 대출 사기 사건에서 범행을 주도한 KT ENS 부장 김모씨와 협력업체 대표 서모씨에게 각각 징역 17년과 20년을 선고했다. /서민준기자 morando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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