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직원의 가족을 우선 또는 특별 채용하는 고용세습은 오래전부터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아왔지만 노조의 기득권에 막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727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세 곳 중 한 곳은 고용세습 조항을 버젓이 두고 있으며 단지 정년퇴직했다는 이유로 채용혜택을 부여한 곳도 133곳에 이른다. 장기근속자나 업무 외 질병 등 불투명한 이유로 취업우대를 적용하는 곳도 적지 않다. 공공기관도 지난해 33곳이 단체협약에 고용세습을 명문화할 정도로 과도한 복지를 누리고 있다. 정부가 아무리 으름장을 놓아도 밥그릇 지키기에 급급한 노조에서 이를 포기하지 않으니 청년 일자리나 빼앗는 귀족노조라는 말이 나오는 법이다.
고용 문제는 사적 자치 영역인 만큼 노사 자율로 해결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하지만 법원의 위법 판결도 무시되고 행정지도까지 안 먹히는 현실에서는 법률이라는 강제수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국회에는 이미 공공기관의 특별채용을 금지한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의 법안도 올라와 있다. 국회는 차제에 국민 눈높이에 맞춰 고용세습 관련 입법을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 다만 우선 채용기준에 대한 법률 적용에 혼선이 빚어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보완하고 사회 통념에 따라 불가피한 경우에만 예외규정을 두는 방향으로 법제화가 이뤄져야 한다. 정부도 공공 부문부터 과도한 기득권을 포기할 수 있도록 강력한 후속조치를 펼쳐나가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