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자산매입 축소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에 미 국채의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독일ㆍ영국ㆍ일본 등의 국채 가격도 덩달아 춤을 추면서 이른바 글로벌 4대 안전국채 신화에 금이 가기 시작하는 모양새다.
11일(현지시간)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한때 2.29%까지 급등(국채 가격 급락)하면서 지난 2012년 4월 이후 1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4월만 해도 10년물 수익률은 1%대 후반에 머물렀다. 이날 30년물의 수익률도 한때 3.43%까지 치솟았다.
특히 이날 미국 재무부가 실시한 320억달러 규모 3년물 국채입찰에서 낙찰금리는 0.581%로 2011년 7월 이후 2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 미 국채의 인기가 시들해졌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미 국채 수익률 상승은 현재 수준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경제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연준의 출구전략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추가 수익률 상승이 예상되는 지금 '떨어지는 칼날'을 잡지 않겠다는 심리가 팽배하다.
또 국채 수익률 상승이 또다시 상승을 불러오는 국면도 우려되고 있다. 장기채권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국채 수익률이 올라 여기에 연동된 모기지채권의 수익률이 상승하면 보유한 국채를 매도해 헤지에 나서게 되고 이는 다시 수익률 오름세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연준에 따르면 모기지채권 규모는 13조1,000억달러에 달한다. 이를 보유한 투자자들 가운데 일부만 헤지하더라도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 월가에서는 이러한 헤지를 촉발하는 방아쇠가 10년물 국채 수익률 2.25%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월가 투자은행들은 국채 수익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랄은 올해 말 10년물의 수익률이 2.7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하반기 10년물 미 수익률이 연 2.5%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브릭스' 용어의 창시자로 유명한 짐 오닐 전 골드만삭스애셋매니지먼트 회장은 한발 더 나아가 10년물 수익률이 4%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정상으로 돌아가고 있다면 연준의 시각이 바뀔 것이며 어느 순간 우리는 2%인 10년물 국채보다 4%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미 국채 수익률이 상승세를 이어갈 경우 이와 함께 4대 안전국채로 꼽히는 영국ㆍ독일ㆍ일본 등 다른 선진국들의 국채 수익률도 연쇄적으로 오르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다 영국과 독일의 경우 6일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시장의 기대와 달리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부정적이라는 점을 시사하자 국채 투자자들이 대거 매도에 나선 영향으로 수익률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영국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11일까지 나흘 연속 상승하며 약 4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으며 5월 1.165%까지 떨어졌던 독일 국채 10년물은 최근 1.6%대까지 치솟으며 3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일본 국채 수익률 역시 11일 일본은행(BOJ)이 추가 경기부양을 하지 않고 장기금리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 도입을 보류한다고 밝히면서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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