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를 받은 대출기관의 상담원은 은행 직원이 곧 전화를 할 거라고 말했고 얼마 후 자신을 국내 유명 은행의 대출 담당 직원이라고 소개한 B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B씨는 A씨에게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ㆍ재직증명서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직장이 없는 A씨는 B씨에게 관련 서류를 제출할 수 없다고 말했다. B씨는 처음 전화를 건 상담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이라며 전화를 끊었다.
상담원에게 다시 전화를 건 A씨는 상담직원으로부터 "우리가 서류 처리를 알아서 해줄테니 처리 비용을 보내달라"는 말을 듣고 100만여원을 송금했다. 대출사기가 아닐까 걱정도 됐지만 은행에서 저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다고 생각한 A씨는 상담원의 말대로 수수료 등을 송금했다.
그러나 얼마 후 A씨는 문자ㆍ전화 상담이 모두 거짓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문자 발송부터 전화상담까지 분업화된 보이스피싱단에 걸려든 것이었다.
점조직화돼 수사망을 피해오던 이들 조직의 범죄는 검찰이 지난해 보이스피싱 총책인 이모씨 등을 검거하면서 끝났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김석재 부장검사)는 보이스피싱을 통해 2,333명의 서민으로부터 34억여원을 빼앗은 혐의로 보이스피싱 조직 가담자 60명을 입건, 50명을 기소하고 10명을 기소 중지했다고 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전화금융 사기조직, 대포통장 제작ㆍ공급 조직, 대포폰 공급조직, 현금인출조직으로 역할을 나눠 사기범행을 저질렀다.
전화금융 사기조직은 다시 '문자발송팀' '전화상담팀' '금융기관 대출직원 사칭팀' 등으로 세분화돼 피해자들로부터 대출 수수료를 요구했다.
대포폰 공급 조직은 수사기관에서 휴대폰 조회를 해올 경우 이 사실을 조직에 통보하고 대포폰을 해지, 수사를 방해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현금인출책은 사기 범행으로 얻은 돈을 통장에서 인출해왔으며 인출금액의 5%를 대가로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들은 국내 유명 은행 직원으로 가장한 상담원들에 속아 결국 대출 수수료와 서류구비 비용 등을 이들 일당에게 송금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를 통해 베일에 싸여 있던 전화금융 사기조직의 운영실태 등을 규명하고 조직의 역할, 대포폰 유통과정 등을 구체적으로 규명하는 성과를 거뒀다"며 "향후 국외로 도피한 것으로 확인된 조직 가담자 등 공범을 조속히 검거하고 다른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단속활동을 벌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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