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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들 새 법무영역 개척 나선다

캐릭터 사업 뛰어들고… 지재권 최고경영자 맡고…

스포츠 에이전트로 유망주 발굴…

깊어지는 법률시장 불황에 新블루오션 찾기 잇단 도전

장달영 법무법인 에이펙스 변호사가 지난 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자리한 미국 프로농구(NBA) 구단 LA레이커스 사무실에서 마케팅 관련 회의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장 변호사는 국내 1호 변호사 출신 스포츠에이전트다. /사진제공=법무법인 에이펙스

경기 침체 속에서 변호사 시장도 더 이상 무풍지대가 아니다. 변호사 수는 늘어나는데 일거리가 줄다 보니 대형 로펌이 이혼 소송에 뛰어들고 로스쿨 출신은 월급 200만~300만원짜리 일자리도 찾는 실정이다. 불황의 그늘이 깊어지고 있지만 한편에선 새로운 법무 영역을 개척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변호사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의 도전이 변호사 시장에 드리운 그늘을 걷어낼 빛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박찬훈(42) 법무법인 강호 변호사는 지난 2013년 대표변호사라는 공식 직함 외에 지식재산권 최고경영자(CIPO·Chief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Officer)라는 직함도 갖게 됐다. 국내 의료기기업체 A사에서 지재권 관련 전략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기로 한 것이다. 국내에 지재권 전문 변호사는 많지만 이들의 대부분은 특허분쟁 소송을 대리하는데 머물러 있다. 이 때문에 박 변호사가 기존 변호사 업무 영역을 훌쩍 뛰어넘는 역할을 맡게 됐다는 소식은 법조계에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

CIPO로서 박 변호사는 기업의 특허 설계·출원 단계부터 업무에 참여한다. 변리사 출신인 그는 기술에 대한 이해와 특허 출원에 대한 전문성을 살려 고품질의 특허를 만들어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최고경영자'답게 기업 인수·투자 관련 주요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기도 한다. 박 변호사가 CIPO를 맡고 있는 통신분야 벤처기업인 B사의 대표는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해 많은 기업으로부터 인수·투자 관련 러브콜을 받게 되자 수시로 박 변호사와 만나 조언을 구한다. 영업비밀 보호시스템을 갖추고 상품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도 CIPO의 주요 업무다. 현재 박 변호사는 A사와 B사를 포함해 총 4개 기업의 CIPO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박 변호사는 "지식재산권은 오늘날 기업의 명운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꼽히지만 체계적으로 지재권 전략을 세워 실행하는 기업은 적다는 데 착안해 CIPO 서비스에 도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권단(45)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문화·엔터테인먼트 분야의 특허라고 할 수 있는 저작권과 퍼블리시티권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인물로 꼽힌다. 그는 이들 권리가 산업계의 기술 특허와 비교하면 아직 인지도가 낮지만 날이 갈수록 그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다양한 법적 분쟁이 생길 것으로 일찌감치 내다봤다. KT파워텔 소프트웨어 저작권 사건과 가수 박선주 저작권 침해금지 사건 등을 대리해 승소로 이끌고 박지성, 손흥민, 송승헌, 김태희 등 유명 스타들의 고문 변호사를 맡으면서 퍼블리시티권 침해 분쟁 등 소송 업무를 맡은 게 이러한 예측을 뒷받침하는 결과물이다.

권 변호사는 지난 2009년 스타라이센싱이라는 회사를 차려 '사업가'에도 도전했다. 박지성 선수의 퍼블리시티권 등을 활용한 캐릭터, 라이센싱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지금은 너무나 익숙한 캐릭터인 '캡틴박'이 이 회사 작품이다.



캐릭터 분야의 전문성을 널리 인정받은 권 변호사는 '라바'와 '뿌까' 등 유명 캐릭터 회사의 고문을 맡으면서 국내외 라이센스·투자 계약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는 우리나라 고대사인 단군조선 등 역사 속 스타들의 이야기로 2차적 저작물을 만들어 콘텐츠 라이센싱 사업을 추진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장달영(46) 법무법인 에이펙스 변호사는 '1호 변호사 출신 스포츠에이전트'로 유명하다. 전문 에이전트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김연아, 박태환, 장미란 등 스포츠 스타들을 대리하는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특히 이들 선수가 유망주였던 시절부터 에이전트를 맡아 세계적인 선수로 발돋움하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7년 박태환 선수와 SK텔레콤이 10억원을 웃도는 대형 후원 계약을 맺도록 한 장본인이 바로 장 변호사다. 최근엔 테니스, 육상 등 '비인기종목'으로 분류되는 분야에서 유망주들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장 변호사는 "선수의 연봉 협상, 후원사 유치, 수익 기회 창출 등을 담당하는 스포츠 에이전트는 스포츠에 대한 이해 못지않게 법적인 지식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변호사에게도 기회가 많다고 생각했다"며 "앞으로 스포츠 시장이 더욱 커지면 법률시장의 블루오션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스포츠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아 문화체육관광부의 '스포츠 3.0위원회' 위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3.0위원회는 선진 체육시스템 구축을 위해 발족된 전문가 테스크포스(TF)다. 장 변호사는 여기서 정부가 스포츠 분야 창업자와 중소기업에 투자하는 '스포츠산업 모태 펀드'를 조성하자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모태펀드 사업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치열한 경쟁 구도 아래에서 변호사들도 전문지식을 살려 새로운 분야에 뛰어드는 시대"라며 "소송 대리나 법률 컨설팅의 범주를 넘어 변호사 스스로 비즈니스의 주체로 나서는 사례를 젊은 변호사들은 벤치마킹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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