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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로 끝난 '사초 실종' 사건

1심 재판부 "회의록 초안, 대통령 기록물 아냐… 폐기하는게 타당"

"백종천·조명균 혐의 없어"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를 공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이 무죄를 선고 받았다. 1심 판결이기는 하지만 2013년 한 해 동안 전국을 정쟁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사초(史草) 실종' 의혹의 실체는 없었던 것이다.

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이동근 부장판사)는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과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혐의로 기소된 백 전 실장과 조 전 비서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들이 삭제했다는 회의록 초본이 대통령 기록물에 해당하지 않아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문서 형태의 대통령기록물의 경우 생산주체가 직원 '개인'이 아니라 '기관'인데 기관이 생산한 것으로 보기 위해서는 반드시 '결재'가 있어야 한다. 또 '결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결재의사와 서명이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 기록에 대해 전자서명을 할 당시 승인이 아닌 '재검토' 지시를 했으므로 결재 의사가 없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기록물 '생산'으로 보려면 결재권자가 내용을 승인해 공문서로 성립시키려는 의사가 있어야 한다"며 "이 사건 기록의 경우 노 전 대통령이 '승인'이 아닌 '재검토·수정' 지시를 명백히 내리고 있으므로 대통령 기록물로 생산됐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회의록 초본의 경우 사용가치가 없는데다 비밀관리 법령 취지상 폐기하는 것도 타당하다며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죄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 회의록 파일처럼 녹음자료를 기초로 해서 대화내용을 녹취한 자료의 경우 최종적인 완성본 이전 단계의 초본들은 독립해 사용될 여지가 없을 뿐 아니라 완성된 파일과 혼동될 우려도 있어 속성상 폐기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대통령 기록물 관리법에 대해 사법부가 판단을 내리는 사실상 첫 사건으로 특히 법원이 검찰의 주장 중 어떤 것도 받아들이지 않음에 따라 '무리한 기소'가 아니었느냐는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백 전 실장은 법원 판결 직후 "사필귀정"이라며 그간의 심경을 밝혔다.

백 전 실장과 조 전 비서관은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로 해석될 수 있는 자신의 발언을 감추기 위해 이를 삭제하라는 지시를 받고 이를 삭제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들에게 각각 징역 2년씩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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