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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아침에] 지하경제를 위한 변명

음지서 양지로 전환 수긍하나 복지재원 활용에는 한계 분명<br>획일적 정책, 시장 위축 우려 고위층 탈세부터 시정할 필요


온통 지하경제와의 전쟁이다. 정치권이 차명계좌와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입법에 착수하고 정부 각 기관은 숨어 있는 경제를 찾아내기에 전력을 쏟고 있다. 국세청과 관세청 같은 조세당국은 더하다. 새로 선임된 청장들은 저마다 취임 일성으로 지하경제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조사인력도 대폭 늘렸다.

당연한 일이다. 실질적으로 경제활동이 이뤄지지만 공식적으로 국민소득 통계에 포함되지 않아 세금도 부과할 수 없는 지하경제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겠다는 데 이론의 여지가 크지 않다. 지하경제가 판치는 나라 치고 제대로 된 국가도 없다.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20~3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3%보다 훨씬 높다니 바로 잡아야 마땅하다.

지하경제를 잡아야 할 시대적 당위성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5년까지 200조원으로 추정되던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는 2012년 290조원으로 급격하게 불어났다. 조세부담이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증가세가 빠르고 불황으로 인한 소득 감소가 겹쳐 세금을 회피하려는 심리가 확산된데다 사회의 부패 정도가 더욱 심각해진 데 따른 것이다. 팽창하는 지하경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위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정책으로 펼치기 위해서도 지하경제 양성화가 필요하다. 국민의 세금 부담 증가 없는 복지확충을 위한 재원마련 방안의 하나로 지목된 게 지하경제 양성화다. 5년간 136조원이 들어간 복지재원을 위해 세출구조 조정, 즉 정부의 살림살이를 더욱 알뜰하게 꾸미는 동시에 지금까지 지하에 묻혀서 세금을 내지 않던 검은 경제에서 세금을 거둬들인다는 방향도 수긍이 간다.

다만 염려되는 대목이 있다. 획일적인 지하경제 양성화가 자칫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우려된다. 양성화할 지하경제가 전부 세금납부 대상으로 바뀔지도 의문이다. 가령 지하경제와의 전쟁 1호로 지목된 '가짜 석유'를 모두 적발하면 1조원의 세금 수입을 기대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미 산업화한 이 사업으로 먹고사는 수많은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가짜 석유'의 주원료로 수출도 여의치 않은 솔벤트 판매액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주류 밀거래와 부동산 매매계약도 마찬가지다. 무자료거래가 한순간에 사라지면 세금을 납부한 만큼 가격이 오르고 그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고가 아파트나 주택의 매매시 다운계약서에 일반인들은 분노하지만 실 거래가를 기준으로 세금이 매겨진다면 늘어난 부분은 주택 가격에 반영되고 강남발 아파트 가격 상승은 전체적인 부동산 앙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짙다. 지하경제 양성화에는 기회비용이 반드시 따르게 돼 있다.

지하경제의 존재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도 고개를 든다. 통제 경제냐 자유방임 경제냐라는 관점에서 새 정부의 접근은 전자에 가깝다. 미국 경제학자 월터 블록은 '디펜딩 더 언디펜더블'에서 '죄악은 지하경제 자체가 아니라 지하경제를 죄악시하는 사고방식'이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암달러상은 부자의 시간을 절약해주고 빈자에게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전형적인 윈윈(win-win)형 일자리라는 것이다. 우파 경제학의 거두이자 신자유주의 사상의 뿌리인 프리드리히 폰 하이에크는 이 책을 '진정한 경제서적'이라고 극찬했었다. 시장의 자유경쟁 원칙에 충실하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의 정책 방향과 의지에 공감할 수 있어도 의문을 지울 수 없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정부의 획일적 통제로 자연적으로 형성된 시장의 운동법칙이 손상 받는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경기가 좋지 않은 마당에 지하경제라는 이유로 타격 받는 부분이 생긴다면 그 파급효과는 전체로 미칠 수도 있다.

결국 총론과 방향은 옳은데 각론에서 부작용이 우려된다면 방법이 한 가지다. 당국의 정교한 정책 집행과 이를 뒷받침할 사회적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 모두가 정부를 믿고 지지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점 도출은 특히 중요하다는 점에서 맑지 못한 윗물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새 정부의 장관 면면을 보면 대부분 의도적인 편법 증여와 신고 누락ㆍ납부 기피의 전력을 갖고 있다. 모두 다 지하경제에 속하는 행위다. 처절한 자기 반성이 필요한 때다. 국민의 신뢰와 지지 없는 지하경제와의 전쟁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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