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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입학 준비·마음가짐 이렇게

숫자 50까지 셀수만 있어도 충분해요

지나친 선행학습은 되레 흥미유발에 악영향

국어, 퍼즐놀이로 수업… 한글 몰라도 안 뒤져

통합교과선 손 많이써 평소 젓가락질 등 도움

학습보다 발표·정리정돈 습관 익히는게 중요

지난해 1월 서울 마포구 동교초등학교에서 신입생 예비소집일에 참석한 어린이들과 학부모들이 등록을 하며 상기된 표정을 짓고 있다. 전문가들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한글과 수학 등에 대한 무리한 학습보다는 학교 생활을 즐거워할 수 있도록 적응력을 키워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연합뉴스


새해를 맞아 설렘과 긴장감이 가장 많이 교차하는 이들은 단연 자녀를 처음으로 초등학교에 보내게 되는 예비 학부모일 것이다. 자녀의 입학통지서를 받아 드는 것은 부모라는 여정에서 경험하게 되는 가장 중요한 순간 중 하나. 하지만 아이가 단체생활에 잘 적응할 수는 있을지, 학업에 흥미를 갖게 될지 궁금하고 걱정스럽기 마련이다. 특히 여기저기 들려오는 이야기에 휩싸이다 보면 한글 쓰기와 읽기, 수 세기, 손 조작 등을 어디까지 준비해야 하는 것인지 불안해진다. 초등 1·2학년에 형성되는 학습에 대한 흥미와 관심, 또래 아이들과의 관계는 평생의 디딤돌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긴장감은 더해진다.

전문가들은 입학 전 부모가 해야 할 일은 남보다 앞선 학습 준비가 아니라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전문가들과 함께 초등학교 입학 전 준비해야 할 사항과 마음가짐 등을 들어봤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예비 학부모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과연 초등학교 교과목을 얼마큼 준비한 뒤 입학을 시켜야 하는가 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최근 대형서점에 가보면 초등학교 1학년용 참고서 코너에 유독 학부모와 아이들이 많이 몰려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유아단계의 선행학습이 이미 보편화된 가운데 자칫 아이가 부모의 준비 부족으로 학교에서 뒤처지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는 학부모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어린 나이부터 무작정 선행학습을 강행하는 것은 학습의 기초를 세우고 흥미를 유발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조언한다. 기준점을 잡기 어려울 경우 1학년 교과과정의 평균 수준과 필요한 학습량을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평균 학습량을 미리 이해한다면 지나친 선행학습 우려에서 벗어날 수 있고 아이가 수업에 흥미를 지닐 수 있도록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

현재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수학 교과서는 수 세기가 50까지 나오고 2학기 교과서에서는 100까지 나온다. 물론 일부 아이들은 과일과 같은 물체를 이용해 '1+3=4' 같은 덧셈식을 '4-3=1'과 같은 뺄셈식으로 바꾸는 연산 단계까지 익히고 들어오기도 한다. 하지만 기본적인 50까지의 숫자 세기까지만 익히고 있다면 수업을 이해하고 따라가는 데는 전혀 지장이 없다고 교사들은 말한다. 다만 학교에서는 바둑알이나 공깃돌 같은 물체를 이용해 연산을 익히므로 각 가정에서도 구체적인 지물을 활용해 숫자를 익힌다면 학교수업에 효과적으로 임할 수 있다.

국어 과목에서 예비 학부모들의 관심은 과연 한글을 어느 정도 익히고 학교에 가야 할지에 쏠린다. 그러나 실제 1학년 교실에는 한글을 모르는 아이부터 2~3학년 수준을 갖춘 아이까지 다양한 아이들이 모여 있다. 학교수업은 다양한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평균 수준에 맞춘 게임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한글을 아는 아이가 'ㄱ' 'ㄴ'부터 다시 익히면 수업을 지루하게 느낄 수 있기에 낱말을 만드는 놀이나 문장을 만드는 놀이 등을 배우는 것이다. 읽고 쓰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라면 자음과 모음의 결합원리부터 배운다. 이렇게 1년여 국어수업을 진행하게 되면 선행학습에 치중한 아이나 그렇지 않은 아이나 입학 당시의 학습 수준에 따른 능력 차이는 거의 사라진다는 게 선생님들의 귀띔이다.

1학년 국어 교과는 책을 천천히 읽고 맞춤법이 틀리더라도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글자답게 쓸 수 있으며 책을 읽은 뒤 하고 싶은 말을 짧게라도 구성하는 수준 등을 목표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마무리 한글 학습에 치중하기보다 더듬거리지 않고 또박또박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다. 학교에서 발표나 읽기 수업이 많은 만큼 익숙해지지 않을 경우 실제 수업에서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동화책을 함께 읽은 뒤 상황을 간단히 정리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주관식이 많은 스토리텔링 교육과정이 시작되면서 단답형보다 서술형 답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이가 운 이유는'이라는 물음에 '풍선이 하늘로 날아가서'라는 세 마디 이상의 다소 구체적인 답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초등 1학년은 국어와 수학을 제외하고 과목 구분 없이 통합교과로 배운다. 통합교과는 율동과 체육, 색칠과 노래 등이 더해져 아이들이 가장 즐겁게 참여하는 과목이다. 또 대부분의 시간에 만들기와 그리기 등이 들어가기에 초등 1학년 아이들은 학교에서 손 조작 능력을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된다. 따라서 각 가정에서 젓가락 사용이나 종이접기, 블록 쌓기 등을 통해 손을 능숙하게 사용하도록 돕는 것이 좋다. 가위나 풀·테이프를 잘 다룬다면 미술시간에 적응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아직 가위질 등이 서투르다면 생활 속에서 미술도구에 익숙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된다.

일부 학부모 중에는 1학년 아이들이 단체생활에 익숙해지고 함께 어울리는 데만 목표를 두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기초 연산과 독서, 쓰기는 1학년 과정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학교학습 진도에 맞춰 아이가 교과과정의 기초를 제대로 형성하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학교생활에서는 정리정돈과 같은 생활습관도 매우 강조된다. 1학년 아이들은 사용한 물건을 어디다 둬야 할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입학 전까지 색연필이나 연필·지우개·풀 등 학용품을 바구니에 담아 서랍 속에 넣어두고 꺼내 쓰는 습관을 길러줄 필요도 있다. 아이들이 자신의 물건을 잘 기억하지 못하기에 직접 자신의 물건에 이름표를 붙이도록 유도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초등 수학도 문단의 전체 내용을 이해해야 문제를 풀 수 있는 스토리텔링 형태로 바뀐 만큼 단편 지식보다는 복합적인 이해력을 키우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가정에서 부모와 꾸준히 대화하고 독서를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최고의 입학 준비를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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