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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의 1일1식(識)] <102>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당신의 쉴 곳이 없네

내 속엔 헛된 바램들로/당신의 편한 곳 없네

[시인과 촌장, 가시나무]

하루에도 우리는 몇 가지 자아를 경험하며 살아갑니다. 얼마 전 ‘킬미 힐미’라는 드라마가 인기리에 종영된 바 있죠. 주인공은 다중인격장애를 겪으며 고통스러워하는 한 남자입니다. 재벌 3세로 많은 것을 가졌지만, 매일 7개의 자아가 그를 방문했다 떠나가는 안타까운 지경에 놓인 인물이죠. 여러 가지로 피폐해 있는 상태이지만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레지던트 1년차 여의사는 모든 인격에 맞게 소통을 하며 병든 사람을 치료하려고 애씁니다.

어쩌면 다중인격은 우리 모두의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얼마 전 기자가 ‘탈주’ 현상에 대해서 쓴 칼럼에서도 다루었듯, 다매체 시대가 되면서 우리 모두 ‘멀티태스킹’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 손에는 모바일 폰을 쥐고, 다른 손으로는 노트북을 이용하며 각각 다른 콘텐츠를 소비하다 보면, 한 가지 일에 집중하기 어려워집니다. 자연스럽게 학습 능력이나 분석 능력도 떨어지게 되는데요. 최근 들어 전문가들은 이런 멀티태스킹 중독으로 인한 분산된 자아를 하나로 모으기 위한 다양한 사회심리적 처방들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커뮤니케이션 채널을 단순화시키는 겁니다. 예를 들면, 사진이나 영상, 텍스트 등으로 활발하게 소통하던 온라인 공간을 한번 쓰고 나면 이야기가 사라지는 가벼운 공간으로 바꿔주는 것이죠. ‘스냅챗’ 같은 게 대표적입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메시지는 사라지고, 더 나아가서 사람들이 문자 하나 쓰지 않고도 소통할 수 있게끔 가볍게 소통 경로를 만들어 줍니다. 적절히 지나온 것을 잊고, 또 앞으로 올 것을 새롭게 맞이할 수 있어야 ‘다중 소통’으로 인한 피로를 줄일 수 있다는 분석 결과 나온 서비스가 아닌가 싶습니다.



미국에서는 스마트폰을 아이들에게서 잠깐 빼앗거나, 아니면 아예 다양한 IT 기기로 소통할 수 있게끔 공간을 마련해 주는 식의 양극적인 처방이 시도되고 있는 듯합니다. 얼마 전 어느 유명 개그맨이 아이들의 학예회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느라 맨 눈으로 공연을 보지 못하는 부모들의 행태를 풍자한 바 있죠. 가장 좋은 렌즈는 사람의 눈인데, 모바일 폰에 무엇인가 저장해야 한다는 강박증 때문에 우리의 일상이 파편화되어 가고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스마트폰을 안 쓰고, 잠시 동안 외로워질 수 있는 여유, 또는 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말이 쉽지 실천은 어렵습니다. 이미 스마트폰은 우리의 확장된 자아(extended self), 단순한 기기를 넘어선 의사결정의 도구이자 시스템입니다. 얼마 전 구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인터넷과 술 중 하나만 선택하라고 했을 때 인터넷을 택한 사람이 10명 중 7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가장 큰 원인은 스마트 폰 때문이겠죠. 언제 어디서나 나의 모습을 다르게 피력하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니 포기하기 쉽지 않을 겁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건강한 다중이’가 될 수 있는 소통 방법은 없을까요. 이미 스마트폰 도입 이전의 인류와 그 이후의 인류는 마치 산업혁명기처럼 너무나도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이미 우리가 기술에 의해 이렇게 변했으니, 차라리 좀 더 건전하게 다중자아를 운영할 수 있도록 고민하는 방법을 찾는 게 우선인 것 같습니다.

/iluvny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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