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통계기관인 유럽통계청(유로스타트)은 7일 유로존의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0.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유로존의 CPI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9년 9월 이후 처음이며 -0.1%인 시장 전문가들의 전망치를 밑도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6개월 이상 이어진 유가 추락이 유로존의 물가하락의 결정적 요인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이 기간 에너지 가격이 6.3%나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으며 에너지ㆍ신선식품 등 가격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12월 근원CPI는 0.8% 증가하며 이를 뒷받침했다. 국제유가는 전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전일 대비 2.4% 하락한 배럴당 47.93달러까지 떨어진 데 이어 북해산브렌트유도 7일 장중 한때 배럴당 49.81달러까지 하락하며 배럴당 50달러선이 무너졌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디플레이션 국면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에블린 헤르만 BNP파리바 이코노미스트는 "물가상승률은 1월에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이며 올 한 해 내내 낮게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같은 인플레이션 부진에 ECB가 오는 22일 있을 통화정책회의 후 국채매입을 비롯한 전면적 양적완화와 같은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장기간 부진하면 사람들이 소비를 더 멈춘다"며 "디플레이션 위험을 저지하기 위해 뭐든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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