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를 다루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식은 '즉흥적(improvise)'이다. 상황이 어려워질수록 그런 경향은 더욱 심해진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무부 내 러시아·우크라이나 관련 부서에서 근무했던 앤드루 웨이스 카네기재단 부회장이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의 '토요 에세이' 코너에 실은 글의 일부다. 그는 "푸틴은 대부분의 사안을 (장기적 관점이 아닌) 단기적 전술 렌즈를 통해 바라본다"며 "우크라이나 사태가 생각보다 더 위험하고 두려운 이유"라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본인이 동의한 휴전협정을 또다시 파기하려는 푸틴 대통령의 '즉흥적 전술' 시도에 대해 서구권이 추가 제재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고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이날 영국 런던에서 필립 해먼드 영국 외무장관과 회동해 "미국과 서방 동맹국은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달 중순 러시아·우크라이나·프랑스·독일 등 4개국 정상의 휴전 합의에도 불구하고 친러 분리주의 반군 세력이 지난 18일 교통 요충지인 데발체베를 장악하는 등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에서의 교전이 계속되는 데 대해 러시아에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서구권은 러시아가 반군에 대규모 무기 및 병력을 지원하고 있다고 보는 반면 러시아는 이를 부인했다. 케리 장관은 "러시아가 반군세력에 제공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안다"며 러시아를 "지독히도 뻔뻔하다(absolutely brazen)" "몹시 비열하다(extraordinarily craven)" 등의 표현을 쓰며 맹비난했다.
도날트 투스크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20일 "휴전 발효 이후 300여건의 위반사례가 발생했다"며 EU 정상들과 '다음 단계의 조치'를 논의하겠다고 밝혀 추가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반면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한 무기 지원까지 고려하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달리 독일·프랑스·영국 등 유럽 국가들은 군사개입을 배제한 채 외교적 해법에 무게를 싣고 있다"며 미국·EU 사이에 불협화음이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또다시 악화할 조짐을 보임에 따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20일 러시아의 신용등급을 투자부적격 (정크) 단계인 'Ba1'으로 한 단계 낮췄다. 앞서 1월 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러시아 신용을 정크 등급인 BB+로 하향 조정한 후 한 달 만이다. 또 다른 신용평가사인 피치도 지난달 10일 러시아 등급을 투기등급 직전인 'BBB-'로 한 단계 내렸다.
한편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반군은 이날 밤 각각 포로로 잡고 있던 반군 52명, 정부군 139명을 휴전협정 이후 처음으로 맞교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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