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민간인 불법사찰이 총선을 앞두고 최대 이슈가 되자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속전속결로 특검 도입을 수용하고 "민간인 사찰은 구태정치"라며 선 긋기에 나섰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저도 지난 정권과 이 정권 할 것 없이 사찰했다고 한다"며 자신 역시 피해자임을 부각시켰다.
한명숙 민주통합당 대표는 1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특별기자회견을 열어 "진실을 밝히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실행돼야 한다"며 ▦특별수사본부 신설 ▦권 장관 해임 ▦검찰 수사라인 전면 교체 ▦민간인 불법사찰 자료 전면 공개 등을 요구했다. 한 대표는 "박정희 군사독재 때나 있던 권력의 국민 사찰, 감시 정치가 유령처럼 살아나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무너뜨렸다"며 "사건의 본질은 청와대가 주도한 무차별 국민 뒷조사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민주통합당 지도부는 이번 사건을 권력의 사유화에서 비롯한 '국기 문란 사태'로 규정하고 '대통령 하야'까지 공식 거론했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대통령이 이렇게 많은 사람의 사찰에 동조하고 묵인한 것은 마땅히 탄핵 받아야 할 사안이나 국가의 안전을 위해 신중한 입장을 갖겠다"면서도 "철저히 조사해 대통령이 개입된 사실이 확인되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정동영 상임고문도 "탄핵감"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몸통이고 보고 받은 게 확인되면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통합당은 또 공개된 총리실 사찰문건의 80%가 참여정부 시절 자료라고 밝힌 청와대에 대해 "불법 민간인 사찰과 전혀 상관없는 자료들이 포함된 것을 가지고 물타기를 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실제 참여정부 시절 민정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고문은 기자회견을 자청해 "참여정부 시절 자료는 공직기강 목적의 적법한 감찰기록뿐"이라며 "불법사찰 전체 문건을 한 장도 남김 없이 다 공개하면 진실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역공을 취했다.
민간인 사찰에 대해 새누리당과 박 위원장의 공동 책임론도 제기했다. 한 대표는 "박 위원장은 2년 전 민간인 사찰 문제가 터졌으나 지금까지 침묵하고 방조했다"며 "더러운 정치와 한통속이었으면서 단절 운운하는 것은 비겁한 꼼수정치"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민간인 불법사찰을 당과 무관한 구태정치의 전형으로 강조하며 특검 도입을 거듭 촉구했다. 이와 함께 쇄신파를 중심으로 이 대통령에게 진상 규명을 요구하며 청와대와 거리를 분명히 했다.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민주통합당이 특수본 설치를 주장하는데 이것은 검찰 보고 계속 수사하라는 것으로 검찰을 그대로 믿겠다는 것이냐"면서 "검찰에 신뢰가 없다고 보기 때문에 특검을 주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야당이 특검을 '시간끌기용'이라고 하는데 여야가 바로 만나 특검에 합의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또 이 대변인은 "'사찰자료를 박 위원장이 활용했다'는 민주통합당의 주장은 허위이자 터무니없는 모략"이라고 경고하고 "오히려 박 위원장은 지난 정권과 현 정권을 막론하고 기관의 정치사찰과 허위사실 유포로 극심한 고통을 겪었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도 이날 부산의 한 지원유세에서 "저에 대해서도 지난 정권과 이 정권 할 것 없이 모두 사찰했다는 언론 보도가 여러 번 있었다"며 "정말 있을 수 없는 일로 새누리당은 다시는 이 땅에 그런 불법사찰이 생기지 않도록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새누리당은 참여정부 시절 불법사찰 문제도 함께 제기하면서 후속대책 마련에 초점을 맞췄다. 총리실 불법사찰의 대상이 된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은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몰론 참여정부 시절 실세 총리였던 한명숙ㆍ이해찬 전 총리가 당시 불법사찰에 대해 밝혀주기를 바란다"면서 "불법사찰 방지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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