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집권 여당인 인민행동당(PAP)이 지난 11일 실시된 조기 총선에서 압승을 거뒀다. 이에 따라 리콴유 전 총리 사망 이후 기반 약화 우려가 제기됐던 리셴룽 총리는 장기집권의 토대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PAP는 싱가포르의 '국부'로 일컬어지는 리콴유 전 총리가 설립한 정당으로 싱가포르 독립 이후 50년째 장기집권하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싱가포르 선거국이 12일 발표한 잠정 개표 결과 PAP는 89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서 83석을 획득하고 지지율 69.86%를 얻어 압승을 거뒀다. 제1야당인 노동당은 6석을 얻는 데 그쳤다. 이로써 PAP는 2011년 총선보다 10%포인트가량 더 많은 지지를 얻어 지지율 하락세를 반전시켰다. PAP의 득표율은 2001년 총선에서 75%에 달했으나 2006년 67%로 하락했고 2011년에는 다시 사상 최저인 60%로 추락한 바 있다.
특히 PAP는 리셴룽 총리가 출마한 선거구에서 78.6%, 그의 부친인 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 전 총리의 생전 지역구에서 77.7%를 득표하는 등 많은 선거구에서 70% 이상의 지지율을 획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PAP의 승리는 어느 정도 예측됐지만 이 같은 압승은 예상을 뛰어넘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는 노동당이 28개 의석에 대해 후보를 낸 것을 포함해 개혁당·싱가포르민주당 등 9개 야당과 무소속 후보들이 전 선거구에서 입후보했다. 야권이 모든 의석에 대해 후보를 낸 것은 싱가포르 총선 사상 이번이 처음으로 야당은 리콴유 전 총리가 생전에 보유했던 의석에도 첫 도전장을 냈다. 최근 싱가포르의 고물가와 외국인 노동자 증가에 따른 생활·교육·의료·구직 환경 악화 등으로 PAP의 지지율은 하락 추세를 보여왔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는 여야 간 사상 최대의 접전이 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예상을 뒤엎고 집권 PAP의 압승으로 끝났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등은 PAP가 이민자를 줄이기 위한 이민정책 보완에 나섰고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 등 투표권자들이 우려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최저 지지율을 기록한 2011년 총선 이후 전통적으로 흑자재정을 고수했던 정부는 저소득 가정과 노령 계층에 대한 정부 지출을 늘리며 복지를 강화해왔다. 독립 50주년을 맞은 올해 리콴유 전 총리의 타계로 추모 분위기가 고조된 것을 노리고 PAP가 조기 총선을 결정한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고 봤다.
한편 리셴룽 총리는 총선 결과가 나온 후 기자회견을 통해 "새 인물들이 나온 만큼 새 내각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2주일 동안 내각 구성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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