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오 경찰청장이 경기도 수원 20대 여성 살해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9일 사의를 밝혔다.
조 청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경찰의 무성의함이 이런 참혹한 결과를 초래했고 축소와 거짓말로 국민에게 실망을 끼쳐 깊이 자책한다”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사의를 밝혔다.
조 청장은 “112신고센터와 같이 중요한 부서에 무능하고 무성의한 사람을 발령하고 이를 방치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표가 수리되는 그날까지 112신고센터와 종합상황실에 유능한 사람들이 갈 수 있도록 체제를 개편하겠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112신고센터와 상황실 등을 별도 기능으로 분리해 지휘관 직속으로 두고 근무평정 가점이나 수당 등으로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는 계획이다.
조 청장에 이어 이날 오후 서천호 경기지방경찰청장도 사표를 제출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조 청장의 사의를 수용하고 오는 11일 총선이 끝난 뒤 후임을 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수원 살인사건에 대해 “치안시스템을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국민의 생명을 지키겠다는 철저한 의지와 정신력, 이에 대한 책임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정부의 가장 기본적 역할인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검토해달라”고 주문했다. 경찰에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되며 당시 회의분위기는 매우 무거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일 수원에서 28세 여성 A씨는 중국국적 조선족 우모(42)씨에게 납치돼 토막 살인 당했다. A씨는 당일 오후 10시50분께 112센터에 전화해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며 자신의 위치를 알렸지만 경찰은 신고자 위치와 주소만 반복해 질문하는 등 미흡한 대응으로 초기 대처에 실패했고 신고 접수 13시간이나 지난 다음날 오전 11시50분께 우모씨를 검거했다. 이미 A씨는 숨진 다음이었다.
차기 경찰청장 후보로는 김기용 경찰청 차장(행시 특채)과 이강덕 서울경찰청장(경찰대 1기), 이성한 부산경찰청장(간부 31기), 강경량 경찰대학장(경찰대 2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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