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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분신 사태로 번진 기아차의 노동 카스트

기아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지난 16일 분신자살을 기도했다. 다행히 목숨은 건진 그가 던진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 분신에 앞서 그는 '자식에게 비정규직을 물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사건발생 직전에 기아차 노사는 정규직 노조 직업 대물림 때문에 거센 사회적 비판을 받았다.

가뜩이나 지탄의 대상이던 노조에 의한 직업 대물림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분신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쳤다면 노조의 양심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기아차도 장기근속자를 우대하려면 다른 방안을 찾는 게 순리다. 똑같이 일하고도 심한 차별을 받는 비정규직이라는 사실도 서러운데 자식대까지 차별이 이어진다면 분노하지 않을 부모가 없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기아차 노사가 반성하는 기미는 눈에 띄지 않는다. 대물림을 가산점 정도로 치부하거나 '왜 우리만 문제 삼느냐'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러면서도 대물림의 범위를 넓힌 채 실시한 생산직 채용의 중간결과를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떳떳하다면 공개 못할 이유가 없다. 특혜논란에도 평가기준과 결과를 내놓지 못하는 것은 응시자 모두의 권리를 깔아뭉개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그들 모두 잠재고객이다.



노동의 대물림은 시장과 자본주의 발전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경쟁의 박탈로 구성된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아차 정규직 노조는 사회통념을 한참 벗어나는 특권의식을 버려야 한다. 회사 역시 노동의 양질화에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국산차라고 무조건 사는 시대는 지났다. 국민의 사랑을 잃은 기업이 존속하기도 힘들고 시민사회의 지지 대신 비판의 대상이 되는 노동운동 역시 설 자리가 없다. 기술혁신과 연비를 내세운 수입차가 국내시장을 잠식해 들어오고 바깥에서는 엔저의 힘을 받은 일본차가 경쟁력을 회복해가고 있는 이때에 토종 메이커의 현대판 음서제도, 노동 카스트라니 말문이 막힌다. 직업 대물림 속에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이 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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