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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제도보다는 풍토다

뉴욕에 부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뉴욕연방준비은행의 감사를 받게 된 국내 한 시중은행의 지점장은 생소한 감사에 적잖이 놀랐다. 우선 감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정도로 업무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았다. 5명의 검사 담당자들이 6주 동안이나 지점에 상주했지만 지점장을 직접 불러 질문하는 경우는 단 두 번뿐이었다. 감사가 서류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담당자들과도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접촉이 없었다. 감사의 내용도 비리나 사소한 규정위반 등에 집중하기보다는 고객보호 등 시스템 문제에 집중했다. 또 하나 큰 차이는 감사 결과를 토대로 한 시정사항에 대한 조치였다. 사안별로 1개월, 3개월, 6개월 단위의 타임테이블을 정해 제대로 고쳐졌는지를 확인했다. 만약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면 엄격한 벌칙이 가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금융의 역사와 배경이 다른 만큼 한국과 미국의 금융감독시스템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미국에서는 당연한 것이지만 한국에서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것들도 많다. 뱅크오브아메리카ㆍ웰스파고 등 대형은행에는 금융감독당국의 직원(Relationship manager)이 아예 상주하고 있다. 이들 은행은 지역연방준비은행뿐 아니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통화감독청(OCC) 등의 여러 기관의 감사도 받는다. 인적 교류도 그렇다. 재무부장관, 지역연방준비은행 총재 등 고위직은 물론 실무자급의 자리이동도 당연시된다. 물론 직접 담당했던 금융기관에 대한 취업은 일정 기간 금지되지만 우리처럼 은행ㆍ증권ㆍ보험 등 권역별로 금지하지는 않는다. 연방준비이사회(FRB) 등 감독기관 출신들이 나가서 컨설팅회사를 설립해 금융기관의 업무를 수주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우리의 풍토라면 감독기관과 금융회사와의 유착의 소지가 될 법한 사례들이지만 미국에서는 수십년간 별 탈 없이 유지되고 있다. 이는 감독기관 종사자들이 일과 업무를 철저히 구분하고 엄격한 도덕성이 담보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앞서 언급한 그 지점장은 FRB의 감사담당자들이 물까지 직접 가져와서 먹는 것을 보고 할 말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연ㆍ학연이 끼어들 여지는 아예 없다. 저축은행 사태로 인해 금융감독기구의 쇄신방안을 찾기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이 구성됐다. 이 TF팀은 다음달 말까지 혁신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금융감독기구의 부정과 부패를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정비는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근본적인 풍토를 바꾸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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