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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에너지사용 제한 조치가 시행된 첫날인 3일, 서울 명동 거리에 있는 상당수 상점들은 정부 방침을 비웃기라도 하듯 문을 활짝 열고 난방을 강하게 틀어놓은 채 손님 맞이에 분주했다. 문을 열어둔 점포 관계자들은 손님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항변했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내년 1월 6일까지 5주간 에너지사용 제한조치 관련 계도활동을 벌인 뒤 다음날인 7일부터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이날 오후 들어 빗방울이 내리기 시작한 가운데 오후 2시 서울 기온은 2.5도, 체감온도는 영하 1도까지 떨어졌다. 한낮이지만 비까지 오자 평일과 주말 구분 없이 항상 북적대던 명동 거리도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거리 양쪽에 늘어선 가게 점원들은 평소보다 적은 손님들을 한 명이라도 더 끌어들이기 위해 큰 몸짓과 목소리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치열한 손님 쟁탈전이 벌어지다 보니 조금이라도 사람들이 쉽게 들어올 수 있도록 출입문을 활짝 열어둔 가게가 쉽게 눈에 띄었다.
롯데백화점 맞은편 골목으로 들어가 명동예술극장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지하철 4호선 명동역까지 약 500m 구간의 가게 3곳 가운데 1곳 꼴로 문이 열려있었다. 한 화장품 가게는 미닫이 자동문의 작동장치를 끈 채로 문을 끝까지 밀어놨다. 특히 가게 바깥에 설치한 조명기구와 내부의 콘센트를 잇는 굵은 전깃줄이 문이 지나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영업이 끝날 때까지 문이 닫힐 가능성이 없는 셈이었다.
한 신발 가게는 점포 중앙 출입문만 열어둔 것으로도 모자라 전체 유리벽면을 모두 바깥과 통하게 했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자 바깥과 벽이 아예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포근한 기운이 느껴졌고 점원들의 옷차림도 가벼웠다. 구석구석에 있는 온풍기는 바깥에서 들어오는 찬 공기를 데우느라 쉴새 없이 뜨거운 바람을 토해냈다.
문을 열어둔 채 난방을 가동하던 가방가게 직원은 “에너지 절약에도 공감하고 정부 지침도 알고 있지만 당장 손님을 한 명이라도 더 가게로 들이는 게 중요하다”며 “요즘 경기도 안 좋은데 정부가 장사를 돕지는 못할 망정 방해하고 있다”며 불평했다. 맞은편 가게의 상인도 “우리같이 조그만 가게에서 아껴봤자 얼마나 전기 낭비를 줄이겠냐”고 동조했다. 반면 한 화장품 가게 주인은 “문을 닫아놓으면 우리도 난방비가 덜 들어 좋다”며 “모든 가게가 함께 닫고 영업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중구청은 4일부터 명동과 남대문ㆍ동대문시장 일대에서 점포들이 난방기를 켠 채로 문을 열어놓고 난방을 하지 않도록 계도활동에 나선다. 내년 1월 7일부터는 본격 단속에 나서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앞으로 5주간은 계도기간이라 제재 수단이 없기 때문에 많은 가게들이 문을 연 채로 영업을 지속할 가능성이 많다”며 “상인과 시민들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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