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 열풍이 서울 강남 부동산 지도를 바꾸고 있다. 내국인은 물론 중국 등 성형 관광객까지 몰려들면서 신사동 가로수길, 청담사거리 일대에 대형 성형외과 빌딩과 호텔 신축붐은 물론 주변 상가 권리금과 임대료까지 끌어 올리고 있다.
30일 강남구 일대 부동산중개 업체들에 따르면 부동산 경기침체에도 신사동 가로수길, 청담동 청담사거리, 논현동 차병원사거리를 중심으로 최근 대형 성형외과 빌딩 신축이 잇따르고 있다. 과거에는 성형외과가 대부분 빌딩 일부에 세 들어 있는 형태였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대형화 바람이 불면서 15~20층 규모의 빌딩을 직접 지어 통째로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빌딩거래정보 업체인 알코리아에셋의 황종선 대표는 "깨끗하고 세련된 빌딩을 통째로 사용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강남권 빌딩 거래시장에서 성형외과가 주요 매수주체로 떠오르고 있다"며 "특히 수요가 급증하면서 상권도 크게 확대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대형 성형외과 건물 증가 못지않게 주변 호텔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의료·관광·숙박 특화지역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신논현역~차병원사거리 일대에는 기존 리츠칼튼·노보텔앰배서더·다이너스티호텔 외에 현재 Y·K·A 호텔 공사가 한창이다. 지상 16~17층, 연면적 6,000~1만㎡ 규모로 지어지는 이 호텔들은 바로 성형외과 급증에 따른 숙박 수요에 타깃을 맞추고 있다.
청담동 H공인 관계자는 "병원에서 치료비에 숙박비까지 포함해놓고 병원에서 지정한 호텔을 알아봐주는 경우도 많다"며 "장기간 머물러야 하는 관광객의 경우 호텔비가 부담스러워 주변 원룸이나 연립에 거처를 구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성형외과 진료를 위해 국내를 찾은 외국인 환자는 지난 2009년 2,851명에서 2013년 2만4,075명으로 4년 만에 10배나 급증했다. 여기에 단순관광 목적으로 입국한 후 성형수술을 받는 외국인도 상당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수요는 이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특히 성형수술을 목적으로 한 외국인 관광객이 이 일대로 몰리자 주변 상권까지 들썩이면서 부동산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실제로 2010년 G성형외과가 신사동의 한 건물을 사들일 당시 땅값은 3.3㎡당 1억5,000만원선이었지만 지난해 팔린 인근 건물은 거래가격이 3.3㎡당 2억1,070만원으로 치솟았다. 또 연예인기획사가 집중돼 있는 한류거리 일대 이면도로변 10평짜리 점포의 임대료는 최근 2년간 10% 이상 뛴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신사동에서 3.3㎡당 2억원이 넘는 거래가 이뤄진 것은 처음"이라며 "성형이라는 키워드가 신사동 일대의 빌딩은 물론 주변 상가 가치를 끌어올리는 원천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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