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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박근혜와 이회창


"먼저 대선 캠프와 관련된 정보부터 투명해야 하지 않나."

지난 11일 대전에서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첫 번째 공약으로 '정부 3.0'이 발표됐을 때 기자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정부가 모든 공공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민간과 효율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정책 내용과 현재 드러나는 캠프의 모습이 상반되기 때문이었다.

박 전 위원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은 한마디의 멘트를 듣기 위해서는 그날 박 전 위원장의 기분상태와 주변 분위기, 질문 순서 배치 등을 따져야만 한다. 대선 캠프 내부를 들어가보면 기자들이 있는 공간과 캠프 실무진이 일을 하는 공간이 완전히 분리돼 있어 기자들은 모든 정보로부터 차단돼 있다.

정보에 대한 불만은 비단 기자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한 새누리당 보좌진은 캠프 내 정보가 소수에 의해 독점돼 있다고 비판했다. 캠프 내에서도 서로 다른 그룹끼리 경쟁을 벌이는 통에 정보 공유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심지어 누군가가 보고서를 올리더라도 보고서 내용과 작성자 이름까지 본인도 모르게 바뀌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박 전 위원장은 자신을 둘러싼 이러한 불통 논란에 대해 "불통과 소신은 다르다"는 말로 일축했다. 하지만 최근 정치부 기자들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에 부적합한 인물'1위로 박 전 위원장이 꼽힌 것은 단순히 기자들이 그런 소신을 알아보지 못해서일까.

과거 대선에서 이회창 총재 대세론이 일었을 때 '이회창 총재와 연락하려면 5번을 거쳐야 한다'는 말이 돌았다고 한다. 소속 당 의원이라 하더라도 총재와 이야기를 나누려면 수행비서, 보좌관, 비서실장 등 겹겹이 쌓인 '인(人)의 장막'을 뚫어야 한다는 의미다. 박 전 위원장과 관련해서는 '과거에도 박근혜 전 위원장의 표정을 살펴야 했지만 총선 이후에는 더 멀리서 표정을 미리 살펴야 한다'는 말이 나돈다. 이회창 전 총재는 결국 '노무현 바람'에 무릎을 꿇어야 했다. 인간은 역사를 돌아보며 교훈을 얻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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