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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컨슈머리포트 선정주의 유혹 떨쳐내라

지난달 등산화 평가로 출범하자마자 큰 주목을 받은 K컨슈머리포트가 이달에는 변액연금보험 상품에 대한 평가치를 지난 4일 내놓았다. 변액연금보험은 2010년 기준으로 전체 가구의 14%가 가입하는 등 대중성이 있는 만큼 관련자료가 홈페이지에 오르자마자 접속자가 폭발적으로 쇄도한 것은 예상했던 바다. 더욱이 조사 대상 60개 상품 가운데 54개의 수익률이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것으로 나왔다는 분석 결과에 보험가입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리포트 내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가입자들로서는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이다. 상품별 수익률과 평가순위까지 명시돼 있어 일반국민에게도 이만큼 유익한 정보가 없다. 컨슈머리포트는 제 기능을 톡톡히 한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곧바로 사단이 벌어져 문제다. 생명보험회사들이 개별회사도 아니고 협회 차원에서 반박자료를 내면서 리포트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나섰다. 상품의 특성과 운용기간, 펀드 설정시기 등을 고려하지 않아 수익률 평가의 객관성과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아우성이다. 원금보장 및 최소수익보장형 상품이 있는데도 연간 환산 수익률만 따지는 것도 무리다. 이런 지적들은 우리가 보기에도 상당히 일리가 있다.

애초에 변액연금보험 같은 복잡한 구조의 금융보험상품은 일반상품보다도 훨씬 정교하게 접근했어야 했다. 국민이 알기 쉽게 하느라 단순화ㆍ일반화하려고 애썼겠지만 바로 거기서 오류와 망발이 생길 수 있음을 감안해야 했다. 금융상품은 가입시점 등에 따라 수익률이 들쭉날쭉하기 마련이다. 분석의 틀이 공신력을 얻지 못하니 공정위의 의뢰를 받아 이번 평가작업을 수행한 시민단체의 성격을 놓고 이런저런 뒷말까지 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업계의 주장을 어깃장 놓기로 치부할 일이 아니다. 설사 업계의 주장이 터무니없다 하더라도 그들이 마음으로 승복하도록 해야 하며 이유 있는 함성이라고 판명되면 확실하게 교정 및 보완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우리는 일찍이 컨슈머리포트가 단기성과에 급급해 자극적인 결과를 내려고 성급히 달려든다면 자살행위라고 지적한 바 있다. 권위와 신뢰는 오랜 시일에 걸쳐 서서히 쌓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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