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원장직을 맡은 케리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에 지명했다.
지난 1985년부터 상원의원을 지내온 케리 차기 국무장관은 1968~1969년 베트남에서 은성무공훈장 등 5개의 훈장을 탈 정도로 용맹을 떨친 참전용사였지만 귀국 후에는 반전운동가로 활약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이란 콘트라 청문회 주도와 베트남전 실종 미군 유해반환 협상 특사,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이후 파키스탄 관계 복원 특사 등 외교현장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겼다.
북한 문제에도 정통한 편이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에 맞서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섰던 2004년 그는 필요하면 북한과의 양자회담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했고 6자회담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외교 틀을 활용해 적극적으로 북한의 핵개발을 막아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 올 3월 뉴욕에서 열린 '동북아시아 평화협력 국제회의'에 참석한 북한의 리용호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만나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케리 차기 국무장관의 기용으로 '전략적 무시'로 요약되는 미국의 대북한 정책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일방주의적 외교정책에 반대하며 국제사회와의 대화를 통해 복잡하게 얽힌 국제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카터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내며 냉전시대 미국 외교안보정책을 조율했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고문의 다자외교정책에 맥이 닿아 있다는 평가다.
이런 시각에서 볼 때 케리 차기 국무장관은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해 한국ㆍ중국ㆍ일본 등 관련 당사국들과의 보다 긴밀한 대화와 협조를 추진하는 한편 북한과의 직접대화에도 나설 것이란 게 워싱턴 외교가의 관측이다. 물론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 등 도발 행위를 중단하고 성의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조만간 국방장관에 지명될 것이 유력한 척 헤이글 전 공화당 상원의원도 온건 외교 노선을 지향하고 있다. 케리와 헤이글은 베트남전 참전 동지이기도 하다.
케리 의원은 북한의 로켓 발사 직후 "이미 고립된 북한을 더 고립시킬 뿐"이라면서 "미국과 동맹국들은 국가안보를 수호하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케리 의원이 국무장관에 공식 임명된 후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정책을 실무적으로 관장할 동아시아ㆍ태평양 담당 차관보에는 전 상원 외교위원회 정책국장을 지낸 프랭크 자누지 현 국제앰네스티(AI) 미국 워싱턴DC 사무소장을 거론되고 있으며 올 초 국무부 동아시아 부차관보에서 상원 외교위로 자리를 옮긴 마이클 시퍼, 대니얼 러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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