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홍주표(30)씨는 최근 한강변에 자전거를 타러 나갔다가 희한한 광경(?)을 목격했다. 자전거 동호회 사람으로 보이는 예닐곱 명이 한 편의점 앞에 둘러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던 것. 홍 씨는 "술자리가 끝난 후 아무렇지 않게 자전거에 올라타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며 "음주상태로 자전거를 타다 사고가 나면 본인은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는데 뭔가 대책이 필요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자전거 이용인구가 늘면서 자전거 음주운전 문제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한강변 자전거 전용도로의 경우 인근 편의점에서 대부분 술을 판매하고 있어 음주운전의 유혹에 쉽게 노출돼 있지만 이를 단속할 마땅한 법적 근거가 없어 자전거 음주운전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20일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 따르면 한강시민공원 내에 위치한 편의점은 모두 29곳으로 대부분 술을 판매하고 있다. 한강변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은 얼마든지 편의점에 들러 술을 사 마실 수 있지만 여기에 별다른 제재는 없다. 한강시민공원 인근의 한 편의점 관계자는 "자전거를 타러 온 사람들이 술을 많이 사간다"며 "음주운전에 대한 우려가 있긴 하지만 다들 조금만 마시는 것이니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편의점의 관계자도 "자전거를 옆에 세워두고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강사업본부의 한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자전거 이용객을 일일이 확인하고 술 판매를 자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자전거 음주운전을 단속할 근거도 없기 때문에 현재로선 개인의 양심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현행 도로교통법 상 자전거는 '차'에 해당된다. 이 때문에 자전거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면 일반 교통사고로 처리된다. 하지만 음주운전의 경우 자전거는 예외다. 자전거는 경운기·손수레·유모차 등과 같이 음주운전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음주 측정도 할 수 없고 처벌도 받지 않는다. 경찰청 법제계의 한 관계자는 "사고가 발생하면 차량 교통사고에 준해 과중처벌 할 수 있지만 단순히 술을 마신 행위에 대해선 단속이나 처벌할 법적인 근거는 없다"고 설명했다. 자전거 음주운전 사고는 아직 많이 보고되지 않았지만 한번 발생하면 치명적인 경우가 대다수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자전거 음주운전 사고는 4건에 불과했지만 피해는 사망자 3명, 부상자 1명 등으로 매우 컸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자전거 음주운전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고 수수방관하는 것보다 자전거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음주운전의 위험성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캠페인 활동을 벌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윤형 인턴기자(고려대 미디어학부 4학년)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