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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서 만나는 부엌의 변천사

금호미술관 '부엌과 디자인'전

키친트리

근현대 산업의 발전과 함께 인류의 부엌은 어떻게 변천해왔을까.

근대까지 부엌은 가족이 먹을 음식을 만드는 노동 공간으로서, 거실에 딸려 있는 부차적인 존재였다. 하지만 급속한 산업화와 함께 대중 생산과 대중 소비가 일반화한 20세기에 이르러 부엌은 효율성과 실용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독립된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사간동 소재 금호미술관이 부엌의 변화상을 한목에 조망할 수 있는 '키친-20세기 부엌과 디자인'전을 오는 6월 29일까지 갖는다. 이번 전시는 크게 시대 변화상을 반영한 시대별 전시와 주요 디자이너의 작품에서 엿볼 수 있는 디자인 전시가 유기적으로 구성돼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현대적 부엌 디자인의 효시라고 할 수 있는 '프랑크푸르트 부엌'은 1926년 독일에서 첫 선을 보였다. 오늘날 가장 보편적인 부엌 형태로 여겨지는 붙박이 싱크대와 찬장을 갖춘 부엌 형태로서, 오스트리아 최초의 여성 건축가 마가렛 쉬테-리호스키가 설계했다. 약 6.5㎡라는 공간에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춘, 일체형 표준 설비에 도전한 디자인으로 1920년대 독일 정부가 주도했던 택지조성계획의 일환으로 건설된 1만 채의 주택에 보급됐다. 김윤옥 큐레이터는 "공장에서 대량 생산함으로써 비용을 저가로 유지했으며, 이전보다 훨씬 짧아진 동선과 압축된 공간 사용은 당시 주거 문화가 얼마나 기능성과 실용성을 추구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1947년부터 1952년까지 프랑스 마르세이유에 건축된 임대주택 '유니테 다비따시옹'에 채택된 '유니테 다비따시옹 부엌'은 세계대전 직후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디자인이다. 디자이너 샤를롯 페리앙과 르 꼬르뷔지에는 현대적 부엌에서 가장 중요한 미덕은 모든 것이 손에 닿을 정도로 가깝고 수납 공간은 많아야 한다고 여겼다. 이러한 디자인 철학을 담은 '유니테 다비따시옹 부엌'은 간결한 형태와 합리적인 기능을 갖춘 빌트인 디자인으로, 식당과 연결되는 카운터 상판에는 부엌과 식당에서 그릇을 쉽게 오갈 수 있도록 창을 냈으며 하단의 식기 수납장은 양쪽에 미닫이문을 갖춰 활용도를 높였다.

1950년대를 대표하는 '포겐폴 부엌'은 산업화ㆍ표준화의 영향으로 모듈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적용한 디자인을 표방하고 있다. 가로 60㎝ 크기의 흰색 캐비넷 큐브는 일자형은 물론 'ㄱ'자, 'ㄷ'자 어느 형태의 부엌에도 활용할 수 있는 모듈 시스템을 표방하고 있다. 같은 시기에 나온 '룩 키친'은 당시 확산된 유선형 디자인 철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증기기관차와 자동차 디자인에서 영감을 받은 이 디자인은 매끄러운 실루엣의 이음새 없는 디자인을 특징으로, 속도감과 진보성을 표방하고 있다는 평가다.

디자이너 조에 콜롬보가 1963년 선보인 '미니 키친'은 50㎝ 너비의 큐브형 부엌장에 바퀴가 달려 있어 실내외 어디든 이동할 수 있다. 큐브를 구성하는 각각의 면에는 소형 냉장고, 전기버너, 저장용 천장, 조리기구 등을 갖춰 최소한의 공간에 최대의 효율성을 확보한 디자인으로 평가 받으면서 1964년 밀라노 트리엔날레에서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슈테판 베베르카가 설계한 나무 형태의 '키친 트리(1983년작)'는 철 기둥을 중심으로 싱크대와 전기레인지, 조리대 등 부엌의 핵심 기능을 마치 가지가 펼쳐지는 형태로 디자인됐다. 좁은 공간에서도 사용 가능하고 사용자에 따라 판의 위치와 높이를 조절할 수 있도록 고안된 키친 트리는 편리성과 함께 조형적인 아름다움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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