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사업장인 현대자동차에 올해 또다시 파업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노조가 올 임금협상 결렬 선언과 함께 또다시 파업 수순에 나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는 31일 사측과의 올 임금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휴가 이후인 오는 8월 중순부터 본격적인 파업체제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
노사는 31일 제14차 임금협상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노사 모두 별다른 합의점을 찾기는 힘들어 보여 사실상 협상 결렬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노조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요구안을 올해 협상의 핵심으로 꼽고 있다. 또 기본급 대비 임금 8.16% 인상, 조건 없는 60세 정년 보장, 해고자 복직, 손배·가압류 및 고소·고발 취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현대차 노조의 파업체제 돌입은 사실상 예견된 수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에 따르면 노사는 그동안 모두 14차례에 걸쳐 협상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노조의 요구는 임금인상보다는 통상임금 확대 적용에 우선순위가 매겨져 있어 협상 자체가 거의 진척을 보지 못했다.
실제로 노조는 지난 협상 기간에 통상임금 관련 협의만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노조는 특히 "한국GM이나 쌍용차처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주지 않을 경우 파업이 불가피하다"며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노조는 한술 더 떠 30일에는 기아차 노조와 공동으로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측의 통상임금 확대를 위한 결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노조는 이미 하계휴가 후 파업계획까지 세워둔 상태다. 노조 집행부는 노사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31일 협상 결렬 선언과 함께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한 뒤 8월14일 조합원 파업 찬반투표를 벌일 방침이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체제 돌입으로 현대차는 올해 또다시 파업의 회오리 속에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40여일간의 파업으로 차량 5만191대를 만들지 못해 1조225억원의 생산차질이 발생했다. 지난 한해 동안에는 노조의 각종 파업으로 총 9만8,625대를 생산하지 못해 2조203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현대차 노조의 파업을 1987년 노조 설립 이래로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해까지 25년 동안 전체 파업 일수는 390일, 생산차질 대수는 120만4,458대에 달하며 생산차질액 누계는 무려 13조3,730억원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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