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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초연구 선도국 되려면


전세계가 지식기반사회로 급속히 진입하면서 기초연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기후변화, 인구 고령화, 차세대 에너지 등 글로벌 메가트렌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으로 여러 학문 분야의 융복합화가 요구되면서 그 요소인 기초과학기술은 융복합 과학기술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선진국들은 기초연구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의 기초연구 지원 패러다임을 바꿔가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면서 기초연구의 중요성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느끼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은 교육과학기술부의 위탁으로 우리나라 기초연구 지원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올해 9,75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우리나라 전체 이공계 대학 교수의 약 3분의1이 기초연구비 지원을 받는 것을 목표로 연구지원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본격적인 과학기술 연구개발(R&D)은 지난 196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설립으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변변한 글로벌 산업체 하나 없던 당시 열악했던 과학ㆍ산업기술 수준을 정부 주도로 끌어올려 산업화에 연계시키는 중화학공업 육성사업 등에 힘입어 과학기술 연구의 싹이 텄다.

응용과학과 조화, 지식산업 창출을

기초연구의 주축을 이루는 이공계 박사급 연구자의 70% 이상이 모인 대학에 대한 연구지원사업은 1980년대 중반부터 활성화됐다. 기초연구는 1970년대 후반~1980년대 초반 제1기 유학생들이 속속 귀국해 대학ㆍ국책연구소에 자리잡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다만 그 규모는 매우 열악했다. 필자가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1985년 우리나라 전체 대학ㆍ산업체 R&D 예산은 미국 글로벌 기업 1곳의 그것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눈부신 경제발전과 정부의 과감한 과학기술 투자정책, 우리 국민의 뜨거운 고등교육열에 힘입어 이제 기초연구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의 올해 예산은 3조500억원으로 2010년 미국 국립과학재단(NSFㆍ8조원),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ㆍ7조원)의 절반 이하지만 일본 학술진흥회(JSPSㆍ4조원), 독일 연구협회(DFGㆍ3조5,000억원)에는 크게 뒤지지 않는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R&D 예산은 이스라엘ㆍ핀란드ㆍ스웨덴에 이어 세계 4위다. 세계 유명 대학에는 빠짐없이 우리의 젊은 과학기술도들이 대학원생ㆍ박사후연구원ㆍ신진 교수 등으로 진출해 세계 수준의 기초연구를 주도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장년기로 접어든 우리나라 기초연구 지원의 패러다임은 어떻게 변해야 할까. 연구의 깊이를 더해 노벨상 같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성과를 거두고 연구범위를 넓혀 국가경제ㆍ국민 삶의 질 향상에 공헌하는 방향으로 전개돼야 할 것이다. 또 기초ㆍ응용과학을 잘 조화시켜 지속 가능한 지식산업을 창출해야 한다. 특히 미래 지식경제 기반이 기존의 블록버스터 기술보다는 혁신에 기반한, 유연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기술이 될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 '풀뿌리 융합기술'을 집중 지원함으로써 융복합기술의 세계 선도국으로 도약하는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융합성 강한 집단연구 지원 늘려야

개인연구사업보다는 상대적으로 목표지향성이 뚜렷하고 융합성이 강한 집단연구사업 지원을 확충해 특정 틈새 분야에서 세계를 리드하는 선도과학기술 패키지를 창출했으면 한다. 또한 22.3% 수준인 기초연구 선정률을 주요 선진국 수준인 30% 이상으로 확대, 최근 부쩍 늘어난 젊고 우수한 신진 연구자들에 대한 안정적ㆍ장기적 지원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기초연구는 혁신적 신지식을 창출하고 창조적 인력을 양성해 선진국 도약을 견인해줄 핵심 엔진이다. 이제까지의 추격형 R&D에서 벗어나 선도형 R&D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 지금, 정부가 기초연구 지원을 확충해 우리 기초과학기술이 K팝처럼 세계 곳곳을 누비는 꿈을 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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