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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과 미술의 아름다운 만남

●현대차 '드림 소사이어티'전<br>정연두·디제이 쿠마 등 참여… 설치·영상·디자인 작품 선봬<br>●CJ E&M '피영'전<br>2000년 역사 中그림자 연극… 가죽 인형·무대 45점 공개

이동기의 '박스 로봇 파킹 타워'

피영전 '서유기'

그 동안 기업들의 메세나 활동은 클래식이나 국악, 연극 등 공연 장르에 치우친 측면이 적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지원이 열악했던 미술 분야에 최근 대기업의 손길이 미쳐 침체된 미술계에 '가뭄의 단비'가 되고 있다. 미술관 건립 등 구색 맞추기에 머물던 대기업들이 신진 작가를 양성하고 미술 전시를 돕는 것은 미술을 매개로 대중과 소통하려는 문화마케팅으로 읽힌다.

현대자동차는 오는 26일까지 다양한 순수 예술 분야의 작품을 선보이는 '더 브릴리언트 아트 프로젝트: 드림 소사이어티(The Brilliant Art Project: Dream Society)전'을 문화역서울284(구 서울역사)에서 진행한다. 순수 미술에 대한 지원 경험이 거의 없었던 현대차가 3억여원의 예산을 들여 추진했다. 전시의 주제인 '드림 소사이어티'는 미래학자 롤프 옌센(Rolf Jensen)이 이야기한 꿈과 이상이 적절히 구현된 사회를 의미한다. 전준호, 문경원(영상설치), 정연두(영상설치), 이동기(설치조각), 슬기와 민(그래픽디자인), 디제이 쿠마(DJ KUMA, 음악), 김용호(광고사진), 임선옥(패션), 조민석(건축), 서현석(영상), 다이토 마나베(미디어아트), 하이브리드 랩(Hybrid Lab, 건축·미디어아트) 등의 작가들이 참가했다.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정연두 작가는 그랜저를 이용해 길을 무대로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어냈다. 관람객이 운전석에 앉으면 차를 타고 여행을 하면서 자신이 주인공인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이동기 작가는 자신이 10년간 작업해 온 '박스 로봇'을 실제 로봇으로 탄생시켜 꿈과 현실의 묘한 조화를 모색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설치미술, 미디어아트 등 그간 시도해보지 않았던 다양한 순수 예술 분야를 지원함으로써 현대차만의 색다른 감성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CJ E&M은 2,000년 역사를 자랑하는 가죽인형 그림자 연극 '피영(皮影)'의 가죽인형과 무대를 보여주는 전시를 오는 6월 30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연건동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갖는다. 지난 2011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된 피영은 2,000여년 전에 시작돼 송대에 번성하고 청대에 가장 화려한 인기를 누렸던 예술로 유럽과 중동으로 퍼져 나가며 전 세계 그림자극의 원형이 됐다. 공예예술과 음악, 서사(문학), 무대연출이 한데 어우러진 종합예술로 일찍이 18세기 대문호 괴테가 독일에 소개한 후 프랑스 파리 등지에 전용관이 생길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1994년에는 피영을 소재로 한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 '인생'이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 외 4개 부문을 석권해 피영의 예술적 가치가 세계에 알려지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는 피영에 사용됐던 가죽 인형과 그림자극 무대 45점을 공개한다. 소ㆍ양ㆍ나귀 등 가죽을 재료로 10여개 단계를 거쳐 섬세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가죽인형들을 볼 수 있다. '삼국지' '서상기' '서유기' 등 이야기에 따라 테마 별로 전시가 구성되는 점도 이색적이다. 특히 방송ㆍ공연ㆍ영화 장르에 힘을 집중했던 CJ E&M이 미술 전시를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CJ E&M 관계자는 "최근 들어 중국 시장에 적극 진출하면서 양국간 문화 교류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판단을 했고, 그런 차원에서 중국 전통 공예를 국내에 소개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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