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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부 검사 시절 '모래시계 검사'로 이름을 날렸던 홍준표 경남지사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에 따른 '피의자' 신분으로 8일 검찰에 출석했다. 검찰은 조사의 중대함을 감안해 '특수통'인 부장검사에게 홍 지사의 조사를 맡겨 금품 수수 의혹을 집중 추궁했으며 홍 지사도 단순히 모르는 얘기라고 부정하는 것을 넘어 준비해온 여러 자료들을 바탕으로 의혹을 적극 반박하는 등 치열한 진실 공방을 벌였다.
홍 지사는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 경선을 앞둔 지난 2011년 6월 성 전 회장의 부탁을 받은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통해 국회 의원회관에서 1억원을 건네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이날 오전9시55분께 서울고검 청사에 도착한 홍 지사는 취재진의 질문에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다"면서도 "검찰에 소명을 하러 왔다"고 힘주어 말했다. '조사를 성실히 받겠다' 등 통상적인 입장 표명을 넘어 억울하게 뒤집어쓴 의혹에 대해 적극 설명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이에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대검 공적자금비리합동단속반 등에서 성과를 올린 '특수통' 손영배 부장검사를 중심으로 1억원 수수 의혹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특히 그동안 윤 전 부사장 조사 등을 통해 비교적 상세히 복원한 금품 수수 당시 상황을 제시하며 홍 지사를 압박했다. 윤 전 부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2011년 6월 당시 아내가 모는 차를 타고 국회에 도착해 1억원이 든 쇼핑백을 홍 지사 측에 건넸으며 당시 홍 지사의 보좌관이던 나경범 경남도청 서울본부장이 이를 가져갔다'고 밝힌 상태다.
홍 지사는 자신의 무죄를 입증할 방대한 자료를 갖고 와 검찰 논리를 적극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2011년 6월 경선 당시 일정표를 제시해 그때 매우 바쁜 일정을 소화했음을 강조했으며 윤씨의 진술이 일관성이 없어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을 문제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해수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엄모씨 등 홍 지사의 측근이 검찰 수사 기간에 윤 전 부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회유를 시도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캐물었다. 홍 지사는 김 전 비서관과 엄씨는 윤 전 부사장과도 친분이 있었던 사람이어서 자신보다는 윤 전 부사장을 걱정하는 차원에서 접촉했을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수사팀은 이날 조사 결과를 면밀히 분석해 홍 지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검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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