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20년간 이어진 디플레이션에 마침표를 찍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일본 경제가 완전고용 상태에 근접한 가운데 대기업들의 생산기지 U턴도 속속 이뤄지면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 둔화하던 물가 상승률이 반등세로 돌아섰다.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1일 발표된 일본의 3월 유효구인배율(구직자 1명당 구인 수)은 1.15배로 23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실업률도 전월보다 0.1%포인트 낮은 3.4%로 2개월 연속 개선됐다. 이는 일하려는 의지와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원할 때 취업할 수 있는 상태인 '완전고용'에 가까운 것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완전고용 상태가 되면 기업들은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임금인상에 나서기 시작하며 소득이 증가한 근로자가 소비를 늘리면서 물가가 오르는 선순환이 나타나게 된다. 일본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동기 대비 2.2%(신선식품 제외) 올라 지난해 5월 이후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반등했다.
여기에 엔화 약세와 경쟁력 강화를 배경으로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앞다퉈 국내 생산으로 U턴하면서 고용증가와 임금상승을 부추길 것으로 전망된다. 니혼게이자이는 세계 최대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가 오는 2017년부터 북미에서 판매하는 '캠리'의 새로운 모델 일부를 아이치현에서 생산하기로 했다고 이날 전했다. 캠리는 2011년 이후 거의 전량이 해외 공장에서 생산돼 2017년부터 국내 생산이 시작된다면 6년 만에 수출을 재개하게 된다. 도요타가 일본으로 들여오는 생산분은 지난해 북미 판매대수(263만대)의 약 4%로 일본 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혼다도 올해 안에 소형차 '피트' 3만대를 멕시코 대신 사이타마현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베트남에서 생산하는 50㏄ 소형 스쿠터 생산도 전량 구마모토현 공장으로 옮길 계획이다. 그 외에도 닛산자동차와 스즈키가 일부 차종을 국내 생산으로 돌린다.
이에 따라 도요타·닛산·혼다·마쓰다·후지중공업 등 일본 5대 자동차 회사의 올 회계연도 일본 내 자동차 생산대수는 656만대로 2년 만에 첫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일본의 임금상승은 이제 시작되는 단계이기 때문에 소비증가와 물가상승이 가시화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지난달 일본의 현금급여 총액은 전년동월 대비 0.1% 증가에 그친 27만 4,924엔을 기록했다. 또 지난해 4월 소비세 인상의 영향을 제외한 CPI 상승률은 아직 0.2%에 그쳐 일본은행의 물가상승률 목표인 2%를 한참 밑돌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완전고용이 일손부족으로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생산활동이나 설비투자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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