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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담배 파이프를 물고 있는 남자는 20세기 초 프랑스 파리 화단의 아방가르드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화상 역할까지 했던 아돌프 바슬러. 당시 파리에서 가장 영향력이 컸던 화상은 칸바일러와 볼라르로, 마티스의 야수파와 피카소의 입체파 화가 작품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었다. 바슬러는 이 양쪽에 소속되지 못한 비주류 화가의 화상이자 비평가였다. 특히 모딜리아니의 친구 키슬링과 친했던 바슬러는 키슬링의 작품을 다량으로 거래하고 소장했다. 당시 함께 찍은 흑백사진도 남아 있을 만큼 모딜리아니와 친분이 두터웠지만 유화는 이 그림이 유일하고 그 외에는 드로잉 몇 점 정도가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당시 모딜리아니가 그린 여러 작품과 동떨어진 형태와 색조를 드러내고 파리에 오기 전 작품과 비교해도 인상파 화풍이 강한데다 전통적인 기법으로 그려져 위작 논란이 많았던 작품이다. 전시 총감독인 서순주 박사는 도록 설명에 "아마 이 작품도 폐기 대상에 속했던 작품이 아니었을까 추측해볼 수 있다. 왜냐하면 그가 그토록 지키고 싶어 했던 작품의 일관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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