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국내영업본부가 수입차를 잡으러 강남으로 간다. 현대차의 강남 진출이 수입차 질주를 어느 정도 늦출 수 있을지에 비상한 관심이 모이고 있다.
20일 현대차에 따르면 현대차 국내영업본부는 이달 말 계동사옥에서 강남 대치동의 SK네트웍스 신사옥으로 이전을 마치고 강남 시대를 연다. 이로써 강남구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옆 건물에서 일하고 있는 기아차 국내영업본부와 더불어 현대·기아차의 국내영업 부문이 모두 강남에 헤드쿼터를 두게 됐다.
현대차 국내영업본부의 이번 이전은 수입차를 의식한 포석이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호랑이를 잡기 위해서는 호랑이굴로 들어가는 게 정공법이 아니겠느냐"면서 "수입차 고객이 가장 많은 곳에서 긴장감을 갖고 일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강남은 수입차의 최대 시장이다. 지난해 전국에서 신규 등록된 수입차 15만6,000여대 중 강남구 비중이 5,455대다. 지역을 이른바 '강남 3구'로 확대하면 서초구 3,850대, 송파구 2,944대 등 모두 1만2,260대의 수입차가 해당 지역에서 신규 등록됐다. 이밖에도 강남에서 수입차를 산 뒤 취득·등록세가 싼 지역에서 등록하는 고객과 수입차 판매점이 밀집한 강남으로 와 차를 사는 기타 지역 고객까지 감안하면 전국 수입차의 최대 3분의1이 강남에서 팔린다고 보는 전문가도 있다. 여기에 강남3구 못지않은 소비성향을 나타내는 분당까지 더하면 현대차 국내영업본부는 그야말로 수입차의 4대 강세 지역에 둘러싸이게 되는 셈이다.
현대차는 대치동 SK네트워크 신사옥 입주와 동시에 해당 건물 1층에 대형 전시장을 개설할 계획이다. 비슷한 시기 메르세데스-벤츠, BMW 전시장과 마주한 도산사거리 현대차 전시장도 전격 오픈한다. 이렇게 되면 현대차도 강남의 대표적인 수입차 거리인 도산로와 영동대로에 브랜드 대표 매장을 열고 수입차와 판매 경쟁을 벌이게 된다.
현대차 국내영업본부는 강남 이전과 함께 두 가지 목표를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첫째는 2012년 10%, 2013년 12.2% 등 거침없이 올라가는 수입차 점유율 상승세를 잡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제네시스' '에쿠스' 등 가격과 상품성 면에서 수입차와 승부가 가능한 차종 판매를 최대한 늘리는 것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강남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면서 "강남에 헤드쿼터를 둠으로써 얻는 유무형의 성과가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 최전방 조직인 국내영업본부가 강남으로 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 '배수진'의 의미를 갖는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내영업본부는 김충호 사장이 지난해 말까지 본부장을 겸임하다 올 초 곽진 부사장에게 지휘권을 넘겼을 만큼 사내 비중이 크다. 현대차의 사장 직급 임원 중 대표이사 사장은 국내영업본부장 출신이 주로 맡아왔다.
그러나 수입차 업계에서는 현대차 국내영업본부 강남 입성에 큰 긴장감을 보이고 있지 않다. 강남 수입차 주 고객은 이른바 '부유층 엄마들'과 20~30대 젊은 층인데 현대차에는 이들을 유혹할만한 차종이 없다는 것이다. 수입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차의 영업력이 대단한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처음부터 수입차를 사려고 마음먹은 고객들이 대부분이어서 수입차끼리의 경쟁이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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