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년들의 취업난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 각 부처에서도 일자리 창출에 고심하고 있지만 고용시장에서는 아이러니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기업은 적절한 인재를 구하지 못하는 구인난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왜 구인난과 구직난이 동시에 발생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바로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직무능력과 구직자들이 쌓아온 스펙이 불균형(미스매치)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구직자들은 왜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직무능력보다 스펙 쌓기에 더 몰두하는 것일까. 당연히 구직자들은 스펙이 채용시 중요한 평가요소라고 모두가 믿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기업들이 스펙을 중요시했기에 그 믿음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은 신입사원 채용 때 출신학교를 중요시했다. 심지어 지방대 출신자의 원서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또한 영어 점수와 학점을 중요시했다. 그래서 영어 점수나 학점이 일정 수준 이하면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스펙 맹신에 기업 오히려 구인난
기업은 경쟁력이 있어야 생존할 수 있다. 그 경쟁력 중에서도 가장 으뜸인 것이 인적 자원의 직무능력임을 기업들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왜 과거 기업들은 직무능력이 아니라 스펙을 중요 요소로 고려했을까. 그 이유는 바로 어떤 지원자의 직무능력이 더 우수한지 가려낼 수 있는 마땅한 평가수단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차선책으로 출신학교를 보고 영어 점수와 학점을 본 것이다.
이제는 직무능력을 판단할 수 있는 과학적인 평가수단들이 많이 개발돼 상황이 많이 변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역량 지원서 및 직무 적성검사다. 대규모 지원자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직무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데 직무 적성검사보다 더 효율적인 과학적인 방법은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는다. 직무능력 이외 기업에서 중시하는 또 하나의 요소는 지원자의 인성이다. 과거로부터 지원자의 인성을 파악하기 위해 기업에서 가장 널리 사용해온 방법은 면접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 면접에도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이 도입되고 있다. 해당 기업의 인재상에 부합하는 인성검사를 개발해 사용하기도 하고 또 다른 방법으로는 역할연기ㆍ프레젠테이션ㆍ서류함기법 등의 각종 역량평가 기법들을 면접에서 활용하기도 한다.
직무적성 등 채용모델 지원 늘려야
혹자는 이런 방법들도 결국 또 하나의 스펙기준이 돼 지원자들을 차별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하지만 직무 적성검사나 역량평가 방법은 출신학교나 영어 점수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응시기회를 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특정한 스펙에 따라 지원자를 차별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 같은 방법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일 뿐만 아니라 공평한 기회 제공이라는 차원에서 매우 공정하고 사회 정의에도 부합하는 방법이다.
다만 여전히 구직자들의 스펙 쌓기는 진행형이다. 직무 적성검사나 인성검사, 역량평가 기법들을 사용해서 채용시에 스펙이 아닌 직무능력을 과학적으로 평가하는 기업이 극소수 대기업에만 국한돼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쟁에 나서야 하는 대기업들이 이런 채용 모델을 사용한다는 것은 이 방법이 경쟁력 확보에 있어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 사실상 대부분은 아직 이런 방법을 모르고 있거나 알더라도 비용 문제 때문에 도입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채용 모델이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지원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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