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2월 31일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됩니다." 텔레비전을 켜면 나오는 공중파 방송사의 디지털 방송 전환 광고다. 전 국민의 텔레비전 방송이 디지털로 바뀐다니 예산이 만만치 않다. 오는 2013년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하기 위해 총 2조8,657억 원이 든다. 하지만 안형환 한나라당 의원이 방송통신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1년 현재까지 마련한 예산은 5,372억 뿐이다. 2조3,000억 원에 대해 방통위는 디지털 융자, 텔레비전 방송 수신료 인상 및 방송광고제도 개선을 대책으로 내놓았다. 하지만 돈을 빌리는 융자는 둘째치고 도청 논란으로 여야 간 대립을 불러온 방송 수신료 인상이 쉽사리 될 리 만무하다. 방송광고제도 개선도 지난 2008년 18대 국회가 열린 이후 여태껏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한 쟁점법안이다. 예산 투입이 안 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디지털 방송을 주관하는 방통위와 KBS, MBC, SBS 등 공중파 방송사가 서로 예산을 떼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와 국회의 설명이다. 방통위는 방송산업 발전을 위한 일이므로 곧바로 혜택을 입는 방송사가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방송사는 영국 등 해외 사례를 들어 국가적인 차원에서 진행하는 일인만큼 정부가 내야 한다고 맞서는 것이다. 그 결과 방송사의 디지털화는 더디기만 하다. 감사원의 감사결과를 보면 방송 중계소의 디지털화는 20%에 그쳤고 스튜디오 등 제작 설비도 61% 수준에서 머물러 있다. 방송사는 재원이 없다고 하지만 한쪽에서는 예산 낭비가 여전하다. 방송 3사는 1998년 월드컵 등 국제행사를 방송사마다 계약하면서 고가의 중계권료를 지급하던 폐해를 없애기 위해 '코리아 풀'을 만들었다. 하지만 1998년 이후 7건의 단독계약을 체결해 중계권료만 높였다는 비판을 들었다. 양 측이 줄다리기로 허송세월하는 사이 디지털 방송 전환 시점은 다가오고 있다. 오늘도 텔레비전에서는 디지털 방송 전환을 호언장담하지만 미루기로 일관한 디지털 방송이 제대로 될지 국민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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