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간결하게'. 28일 튀니지와의 평가전(오후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 나서는 월드컵 축구 대표팀은 이 두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이번 경기는 브라질 월드컵 개막을 16일 앞두고 치르는 국내 마지막 평가전. 이 경기를 마치고 홈팬들 앞에서 출정식을 가진 뒤 30일 최종 전지훈련지인 미국 마이애미로 출국한다.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 불굴의 투혼…. 이런 것들은 잠시 머릿속에서 지우는 게 좋다. 다치지 않고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게 최우선이다. 황선홍(현 포항 감독)은 1998년 중국과의 최종 평가전에서 무릎을 크게 다쳐 프랑스 월드컵 본선에서 1경기도 뛰지 못했다. 곧 장도에 오를 홍명보호는 부상을 경계하면서 세트피스(프리킥·코너킥 등 정지상태에서의 플레이)의 날카로움을 높이는 데 90분을 활용해야 한다.
◇기성용이 차고 누구라도 넣는다=수세에 몰렸다가도 단번에 경기 흐름을 바꾸는 '묘약'이 바로 세트피스에 이은 골이다. 약팀이 강팀을 부술 수 있는 비장의 무기다. 한국은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2010 남아공 대회까지 7회 연속으로 본선에서 프리킥 골을 넣었다. 16강에 올랐던 남아공 대회 때는 전체 6골 가운데 4골이 세트피스에서 나왔다.
객관적 전력상 H조 최약체인 홍명보호도 세트피스를 집중 연마해왔다. 우리에게는 기성용(스완지)이라는 든든한 전담 키커가 있다. 그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도 정상급 중앙 미드필더로 꼽힌다. 무릎 부상으로 지난 6일 조기 귀국할 당시만 해도 달리기도 어려운 상태였지만 빠르게 회복했다. 188㎝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 187㎝ 김영권(광저우 헝다) 등 장신 수비수들의 머리에서도 언제든지 골이 터질 수 있다.
◇3경기 1실점 러시아, 112위에도 실점한 벨기에=한국과 같은 H조의 러시아와 벨기에는 27일(이하 한국시간) 홈 평가전에서 나란히 이겼다. 러시아는 슬로바키아를 1대0으로 꺾었고 벨기에는 룩셈부르크를 5대1로 대파했다. 러시아는 이날 헤딩 결승골을 넣은 '해결사' 알렉산드르 케르자코프(상트페테르부르크)가 역시 무서웠지만 후반 37분에야 골이 나올 정도로 팀 공격력은 답답했다. 상대는 주전 몇몇이 빠진 전력이었다. 반면 이날을 포함해 최근 세 차례 평가전을 단 1실점으로 막은 수비 조직력은 빈틈이 없어 보였다. 벨기에는 로멜루 루카쿠(에버턴)가 해트트릭을 작성하고 아드난 야누자이(19·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A매치 데뷔전에서 합격점을 받았지만 수비에는 중앙 수비수 뱅상 콩파니(맨체스터 시티) 쪽에 허점이 보였다. 룩셈부르크는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112위. 벨기에는 최근 평가전에서 3경기 6실점을 기록했다. 한국은 다음달 18일 오전7시 러시아와 브라질 월드컵 H조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르고 27일 오전5시 3차전에서 벨기에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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