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단의 ‘큰 어른’인 김규동(사진) 시인이 28일 오후 2시50분 폐렴과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86세. 1925년 함경북도 종성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8년 김일성종합대학을 중퇴하고 남한으로 내려왔다. ‘후반기’동인으로 활동한 초기에는 모더니즘을 표방하며 야만적인 물질문명을 비판하는 작품들을 발표했다. 1970년대에는 민주화운동에 적극 참여하면서 현실비판적인 시를 주로 썼다. 아울러 남북 분단의 비극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그는 '나비와 광장' '죽음 속의 영웅' '오늘밤 기러기떼는' '길은 멀어도' '느릅나무에게' 등 시집 9권을 비롯해 '새로운 시론' 등 평론집과 '지폐와 피아노' 등 산문집을 펴냈다. 지난 2월에는 창비를 통해 문학 활동을 집약한 '김규동 시선집'을 내기도 했다. 시선집에는 60여 년간 지은 시 432편을 담았다. 이어 3월에는 삶을 정리하며 자전에세이 '나는 시인이다'를 출간했다. 당시에도 거동이 불편했던 시인은 구술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자서전을 완성했다. 고인은 자서전에서 "소원이 있다면 세상 떠나기 전 꿈속에서처럼 고향 땅 함경북도 종성에 한번 다녀오고 싶다"며 고향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전하며 "시인임을 자처했으나 영혼을 뒤흔든 아름다운 시 한 편 출산하지 못했음은 순전히 김 아무개의 책임"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또 민족문학작가회의 고문 등을 지냈으며 은관문화훈장과 만해문학상 등을 받았다. 지난 6월에는 대한민국예술원 수상자로 선정됐다. 유족으로는 부인 강춘영 여사와 3남이 있다. 장남 김윤 씨는 사무생산성센터 대표를 맡고 있고 둘째 김현 씨와 셋째 김준 씨는 각각 법무법인 세창의 대표변호사와 ISO 국제심사원으로 일하고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이며 발인은 내달 1일 오전 8시다. 문인장으로 치러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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