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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대못 규제] <4> 머나먼 교육 국제화

규제 놔두고 외국학교 유치 공염불 … 먼저 영리법인 허용을

관련 부처 협의하느라 학사 운영까지 발목

과실송금 규제 풀고 자율성 대폭 확대 필요


해마다 천문학적인 돈이 유학·연수 비용으로 해외로 나가고 있지만 같은 명목으로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돈은 초라하다. 2004부터 2013년까지 10년 동안 우리나라의 유학·연수 수입액은 5억2,550만달러(5,575억5,550만원)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학생들이 해외에서 지출한 돈이 404억3,000만달러(42조8,9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해외로 나간 돈의 불과 1.3% 정도만 수입으로 거둬들이고 있는 셈이다. 지출액과 수입액의 격차가 이렇듯 벌어져 있는 상황에서 좀처럼 수지 적자 해소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우리 교육 서비스 산업의 현 주소다. 수치상으로 볼 때 교육수지 적자폭을 조금이라도 줄여나가기 위해 시급한 과제는 유학·연수를 위해 해외로 나가는 우리나라 학생들의 발길을 국내로 돌리는 것이다. 이들 수요를 국내에서 흡수하기 위해서는 외국의 우수한 교육기관을 유치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정부도 여기에는 이견이 없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제4차 투자활성화대책' 합동 브리핑에서 "교육 분야에서는 다양화·국제화되고 있는 교육 서비스 수요에 맞춰 해외유학 수요를 흡수하고 글로벌 인재 양성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우수 외국 교육기관 유치를 지원하고 국제학교 등의 운영상 자율권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영리법인' 금지라는 핵심 규제를 풀지 못한 채 추진되는 '우수 외국 교육기관 유치 확대'는 자칫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외국 학교의 한 관계자는 "사실 한국 정부가 국내에 외국 교육기관이 들어올 수 있는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겠다고 한 것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라며 "하지만 외국 학교 입장에서는 한국의 환경변화가 피부에 와닿지 않는데다 가장 중요한 영리법인 허용 등은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교육부는 우수 외국 교육기관 유치를 확대하기 위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영리법인 학교를 설립할 수 있는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제주국제학교에 결산상 잉여금 배당이라는 이른바 '과실송금'까지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지만 제주국제학교가 순이익의 일정 비율을 채무상환적립금·학교발전적립금으로 유보하도록 하겠다는 방침도 피력했다.

하지만 영리법인과 과실송금 허용은 어디까지나 제주국제자유도시에 국한된 얘기다. 이마저도 국토부가 올 상반기 제출할 예정인 제주국제자유도시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가능해지는데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야당의 반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 밖에도 국내 학교법인과 외국 교육기관의 합작법인 설립 허용이라는 외국 교육기관에 대한 투자 유인책을 내놓았지만 역시 꼼꼼히 들여다보면 영리법인 얘기는 빠져 있다. 한국 실정에 밝은 국내 학교법인이 외국 교육기관의 운영에도 참여할 수 있는 길을 터줘 외국 교육기관의 국내 진출을 쉽게 한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지만 영리법인을 희망하는 외국 교육기관이라면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한다고 가정하더라도 선택지는 제주도 하나뿐인 셈이다.

외국 교육기관이 한국으로 들어오는 것을 어렵게 하고 있는 규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토지매입에서부터 학교설립 승인까지 학교를 세우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이 복잡하고 그 과정에 각종 규제가 자리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외국 교육기관이 학교를 설립하기 위해 토지를 사려고 해도 여러 단계의 규제가 있어 힘든 게 현실"이라며 "외국자본은 제주도나 송도 같은 특구에는 예외적으로 학교를 설립할 수 있겠지만 다른 지역에는 설립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설립 승인을 받은 후 학교를 운영하는 데도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외국 교육기관 관계자는 "학사 행정을 손질하거나 새로운 형태의 교육과정을 하나 개설하는 데도 관련 부처와 협의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며 "책임자들이 부처를 오가느라 사무실을 비우는 시간이 많다 보니 실무자들이 주요 사안의 결재를 위해 책임자들을 만나기도 힘들 지경"이라고 말했다.

한국 학생들의 해외 유학·연수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외국 교육기관뿐만아니라 국내 교육기관을 옥죄고 있는 규제를 풀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거주하고 있는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박모씨는 "아이가 1학년 때부터 학교에서 영어를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비싼 등록금을 무릅쓰고 사립초등학교를 선택했다"며 "하지만 정부에서 초등학교 1~2학년에게 학교에서 정규 교과로 영어를 가르치는 것을 금지해 비싼 등록금은 등록금대로, 영어 교육비는 영어 교육비대로 들게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일반 가정에서 조기 유학을 보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면서도 "이럴 거면 차라리 아이를 해외로 내보내 교육시키는 게 낫겠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가들은 교육 산업 수지적자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외국 학교에 과실송금 금지 등의 규제를 풀어주는 동시에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예상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수도권에 영리법인 외국 학교 설립을 허용하면 한국 교육기관과의 역차별 문제가 발생하겠지만 특구에서는 외국 학교에 영리성을 보장해줘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며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정말로 선호하는 하버드·MIT·예일·스탠퍼드·프린스턴 등의 최상위급 대학을 유치해야 교육 산업의 국제수지 역전 현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들 학교가 아시아로 진출하겠다고 한다면 한국보다는 중국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같은 현실적인 조건을 감안한다면 파격적인 규제완화와 지원으로 MIT 등을 유치한 싱가포르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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