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젊은이들은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급격하게 오르고 있는 집값과 자동차 값을 보면서 그들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습니다."(인더지트 싱 싱가포르 인민행동당 의원)
고인이 된 리콴유 전 총리에 대한 애도도 잠시, 싱가포르 안팎에서는 아시아 최대 부국의 앞날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투명한 법과 제도, 기업친화적인 개방경제를 갖춘데다 리 전 총리의 아들인 리셴룽 총리가 온화한 리더십으로 경제 구조조정은 물론 사회·정치개혁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어 싱가포르의 미래는 여전히 밝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최근 높은 가계부채, 수출감소로 싱가포르 경제가 고전하는데다 성장의 그늘에 가려 있던 '자유'에 대한 열망이 표면화할 경우 뒤늦게 성장통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싱가포르 경제는 현재 대내외 사정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싱가포르달러(SGD) 가치는 최근 6개월간 달러화에 비해 8%나 추락했고 지난 1월 1.793%이던 10년물 국채수익률도 현재 2.314%로 상승했다. 경제 성장세와 인플레이션이 꺾이고 있는데다 당국의 통화가치 절하 조치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수출감소와 성장률 저조로 싱가포르 중앙은행(MAS)이 당분간 통화완화 정책을 확대할 것으로 보여 싱가포르달러 가치는 추가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높은 가계부채와 치솟는 부동산 가격, 저금리 기조에 따른 대출 확대도 불안요소다. 포브스 칼럼니스트 겸 이코노미스트인 제시 콜롬보는 "싱가포르는 금융 부문의 급속한 팽창과 해외의 단기성 투기자금인 핫머니 유입 등 지난 2008년 아이슬란드의 경제가 붕괴하기 직전 상황과 비슷하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같은 우려에도 싱가포르 경제에 대한 부정적 전망은 지나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치·사회적 환경이 리 전 총리 시대보다 크게 개선됐으며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환경이 오히려 싱가포르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2004년 취임한 리 총리의 정책이 무조건적인 경제확장보다 소득 불평등, 일자리 감소 문제 해결 등 내부구조 개편에 집중되고 있는 점도 낙관적 전망의 배경이다. 실제로 리 총리는 집권 여당인 인민행동당과 함께 부유층의 세금을 올리고 저소득 및 중간소득 주민들에 대한 복지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는 등 그동안 빠른 성장의 부작용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소득격차 개선, 부동산 가격 통제 정책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또 기존의 억압적이고 고루한 이미지를 벗고 세계적인 문화상업 중심지로 싱가포르를 리브랜딩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리 총리는 2년 전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세대가 다르고 사회도 달라졌다"며 "정치도 달라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좀 더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길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리콴유공공정책학교 겸임교수이자 이코노미스트인 여 램 케옹은 "싱가포르의 경제구조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되고 보다 다원적인 정치환경이 조성되는 상황에서 리콴유 전 총리식 스타일은 점점 더 설 자리를 잃게 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 출신인 미시간대 로스경영대학원 교수 린다 림도 "동남아를 배후에 둔 싱가포르는 앞으로도 글로벌 서비스센터로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이전에는 정부 인센티브로 이뤄지던 자원 할당이 앞으로 자유시장의 조정작용에 의해 이뤄진다는 것이 다른 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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